헌법상 계엄 선포 요건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77조 1항) 선포가 가능하다. 과거 여수·순천 사건, 6·25 전쟁, 5·16 군사정변 등 전시 또는 전시에 준하는 상태에서 선포돼 왔다. 별도로 계엄법은 비상계엄은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 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등 공직자 탄핵, 예산 삭감 등 행정부 마비를 근거로 삼았다. 이에 관한 법학자들은 대통령이 언급한 상황이 헌법에 규정한 계엄의 실체적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사유가 도저히 성립되지 않는다”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탄핵 사유의 충분조건을 충족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 소집을 막거나 의원들의 국회 회의장 입장을 막으면 대통령의 내란범죄가 성립된다”고 강조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통화에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란 군 병력이나 경찰력으로 질서 유지가 안 되는 상황을 뜻한다”며 “민주당이 사법부의 독립과 형사사법 절차 기능을 제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계엄을 선포할 만한 행위라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나아가 “이번 계엄 선포가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장 교수는 “비상계엄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오·남용했다고 하면 탄핵 사유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계엄은 윤 대통령의 방송 회견을 통해 선포됐다. 이에 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인 국무회의 심의를 거쳤는지도 관건이다(계엄법 2조 5항).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명백한 계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계엄사령관은 계엄 선포와 동시에 ‘계엄 지역의 모든 행정 사무와 사법 사무를 관장’(계엄법 7조 1항)하게 된다. 국방부 장관의 지휘와 감독을 받지만, 계엄 지역이 전국일 경우 대통령이 직접 지휘할 수 있다.
계엄사령관이 사법권을 갖게 되면서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장 교수는 “법원의 영장을 받아서만 체포 구속할 수 있는데, 영장 없이도 체포 구속할 수 있도록 갈 가능성은 배제 못한다”며 “재판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중단시킬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정보·보안 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을 포함한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은 지체 없이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8조 1항) 한다. 또 계엄법이 정한 국가보안법 위반 및 공무방해에 관한 죄 등은 재판을 군사법원에서 맡는다. 계엄사령관의 필요에 따라 해당 관할 법원에서 재판할 수도 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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