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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콜로세움형 관중석, 가슴 뻥 뚫리는 ‘올하트’... LED 1500장 위에 그린 종합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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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주말-김미리 기자의 ‘비하인드 더 신’]

‘스타 탄생하는 운동장’ 형상화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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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무대. 세트 장식 대신 대형 LED 패널에 다양한 영상을 넣어 입체적으로 연출했다. 중앙에 있는 가로 12m 대형 화면 양쪽으로 큰 화면을 여러 개 배치했다.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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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방영된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이하 ‘국민가수’). 출연자 박광선·임지수가 ‘어떤 이의 꿈’을 부르자 현대미술가 줄리언 오피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행인의 실루엣 영상이 무대를 뒤덮었다. 일곱 살짜리 최연소 참가자 김유하양이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을 부를 땐, 비행기 안에서 창공을 바라본 듯 구름이 흘러가는 장면이 펼쳐졌다. 때론 현대미술의 한 장면처럼, 때론 대자연의 품 안처럼 무대가 휙휙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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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국민가수' 무대의 기본 콘셉트는 스타가 탄생하는 대형 운동장. 객석과 무대를 콜로세움 형태로 배치해 공간감을 줬다.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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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이 시작되면서 열기가 더욱 뜨거워진 ‘국민가수’에서 참가자들의 실력 못지않게 예리한 시청자들 눈에 포착된 것이 있다. 바로 남다른 스케일의 무대 디자인. “Form follows function(형태는 기능을 따른다)”이란 디자인 명언처럼 ‘장르·연령·국적 불문’이라는 통 큰 포맷이 무대에 고스란히 담겼다.

댓글 창엔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란 반응이 많다. ‘느낌적 느낌’이 아니다. 총연출을 맡은 TV조선 이상혁 PD는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게 에너지를 준다는 기획 의도를 살리기 위해 무대를 대형 ‘스타디움’처럼 꾸몄다”고 했다. 여기서 스타디움은 중의적 의미. 원래 의미인 운동장(stadium)에, ‘스타가 탄생하는 운동장(star+dium)’이란 의미까지 더했다. 관객이 들어오면서부턴 객석을 콜로세움처럼 쫙 펼쳤다.

‘슈퍼스타 K’ ‘복면가왕’ 등 인기 경연 프로그램을 진행한 ‘국민 MC’ 김성주 아나운서는 “무대를 보면 경연 사이즈를 가늠할 수 있다”면서 “무대가 웅장하니 그 분위기를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진행자도 극적인 톤을 쓰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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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 때부터 TV조선 오디션의 상징이 된 '올 하트' 무대 영상. '내일은 국민가수'에선 LED를 이전보다 훨씬 많이 써 화려함을 더했다.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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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의 무기는 크기가 압도적인 LED 패널.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에 이어 ‘국민가수’ 무대 디자인을 총괄한 노행진 무대 감독은 “10~20대를 겨냥한 음악 방송은 아기자기한 세트를 많이 쓰는 반면, 국민가수는 LED로 세트를 대신해 웅장한 공간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노 감독은 20년간 ‘슈퍼스타 K’ ‘프로듀스 101′ ‘보이스 코리아’ 등 오디션 무대를 디자인한 베테랑이다.

배경 화면이 유난히 선명하다고 느꼈다면 이유가 있다. 20년 전쯤엔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를 썼지만, 10여 년 전부터 LED를 사용하면서 화질이 현격히 좋아졌다. 노 감독은 “LED 소자 간격이 촘촘할수록 해상도가 높아진다. 2009년 ‘슈퍼스타 K 1′ 때는 15mm(소자 간격)를 썼는데 요즘은 6mm를 쓴다”고 했다.

무대 뒤편 정중앙에 가로 12m·세로 8m의 대형 LED 화면이 있고, 좌우로 그보다 조금 작은 화면이 여럿 설치돼 무대가 입체적으로 보인다. 가로 1m·세로 50cm짜리 LED 패널 총 1500여 장을 이어 붙인 것이다. 무대 크기는 일반 오디션 프로그램의 1.5배쯤 된다. 이 PD는 “대개 준결승이나 결승 무대부터 밴드를 쓰지만 국민가수는 음악에 더 집중하자는 의미에서 본선 무대부터 40인조 라이브 밴드를 썼다. 이들을 무대 좌우에 배치하면서 무대 규모가 커졌다”고 했다. 스태프 100여 명이 3박 4일 동안 무대를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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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화면을 분할해 마스터(심사위원) 모습을 커다랗게 넣은 모습. 오디션에선 처음 나오는 구도다.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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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날카로운 무대 관찰자인 김성주 아나운서가 눈여겨본 디테일은 심사 장면에서 마스터의 얼굴을 배경 화면에 커다랗게 띄우는 것이다. “다른 음악 방송에선 한 번도 못 본 장면인데 심사 모습이 비치니 훨씬 몰입도가 크다”고 했다. 또 다른 ‘김성주 픽’은 TV조선 오디션의 상징처럼 된 ‘올 하트’다. 김 아나운서는 “‘미스트롯’부터 무대가 커지면서 올 하트 영상 스케일도 점점 커졌다”며 “올 하트가 밤하늘의 폭죽처럼 빵 하고 터질 때 현장에 있는 사람도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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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국민가수' 첫 회에서 신지와 장영란 사이로 박창근의 모습을 느릿하게 비추는 화면. 마스터 석 뒤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해 관객 심정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살린 것이다.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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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카메라 앵글도 종종 보인다. 첫 회에서 마스터석의 신지와 장영란 사이로 무대 위 박창근의 모습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릿하게 비추는 화면이 나온다. 이 PD는 “마스터석 뒤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해 관객의 심정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살린 것”이라고 했다.

국민가수 무대 디자인은 한류의 주역이기도 하다. 노 감독은 “과거엔 TV아사히 ‘뮤직 스테이션’, TBS ‘CDTV 라이브! 라이브!’ 등 일본 음악 방송 디자인을 참고했는데 요즘은 중국·동남아·일본에서 우리를 참고한다”고 했다.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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