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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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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된 정체성·가드닝: 정원의 역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 = 박미소 지음.

10년간 언론사에서 기사를 쓰다 일을 그만둔 뒤 알코올 중독에 빠진 여성의 치유기.

퇴직 후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다 실패한 저자는 사실상 '백수' 상태가 되면서 주량이 점차 늘었다. 처음에는 남편과 아이가 잠자리에 들면 술을 마셨는데, 몇 달이 지나자 낮에도 음주를 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아이를 학교에 보낸 뒤 편의점에서 와인 한 병을 구매했다. 오전 10시 반이 되기 전에 모두 마시고는 옥수수 증류주인 버번을 사서 또 들이켰다. 낮잠을 자고 아이를 데려오면서 저자는 '잘못'을 깨달았다.

그는 "사람들은 중독자가 한심한 의지박약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며 "중독의 대상을 향해 확고한 의지를 품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영리하고 기민하게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제 발로 병원을 찾아간 저자는 약을 먹었을 때 느낌과 변화에 대해 무겁지 않게 털어놓는다. 또 일주일간 술을 마시지 않아도 충분히 버틸 만했다고도 고백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금주 대신 절주를 택했다. 술을 포기한다면 삶은 무채색에 불과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술을 대신해 몰입할 대상을 찾는다면 절주만으로도 균형 있는 삶이 가능하리라는 믿음도 선택의 이유가 됐다고 말한다.

반비. 348쪽. 1만7천 원.

연합뉴스



▲ 오인된 정체성 = 아사드 하이더 지음. 권순욱 옮김.

사람들은 저마다의 정체성을 지닌다. 정체성을 결정하는 요인에는 계급, 인종, 성별, 취향 등 여럿이 있다. 정체성은 사람들을 결집하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파키스탄계 미국인이자 언론인인 저자는 인종 이데올로기를 분석해 정체성이 실체가 없는 가상적인 이미지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흑인 간에도 역사적·지리적 상황은 모두 다르다.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흑인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생활하는 흑인이 동일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백인'이라는 개념이 발명되면서 만들어진 개념일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인종은 생물학적 혹은 문명적 실재(實在)를 전혀 갖고 있지 않고, 이러한 의미에서 인종은 인간 존재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거짓된 방식"이라며 "인종이 실재하다고 믿는다면 인종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비판한다.

그는 특정한 정체성에 매몰되면 오히려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치인 보편적 해방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또 자신들을 약자로 규정하면서 서로 인정받고 보상받으려는 투쟁만 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견해는 다소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회 갈등이 '정체성'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한 번쯤 볼만한 책이다.

두번째테제. 200쪽. 1만4천 원.

연합뉴스



▲ 가드닝: 정원의 역사 = 페넬로페 홉하우스·앰브라 에드워즈 지음. 박원순 옮김.

인류가 오래전부터 사랑한 공간인 정원의 역사를 정원사와 정원 역사가가 정리했다. 정원뿐만 아니라 꽃과 나무에 얽힌 풍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들은 정원이 기후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원에는 자연을 존중하고 보전하려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고 설명한다.

정원은 언제나 '봄의 장소'라는 점에서 낙원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바빌로니아 문학 작품인 '길가메시 서사시'에 등장하는 "산 앞에는 백향목들의 무성한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그들의 그늘은 순수한 기쁨이다"라는 대목도 정원을 낙원과 연결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서양 정원은 물론 아메리카 대륙과 중국, 일본 정원도 다뤘다. 한국 정원을 별도로 소개한 장(章)은 없지만, 한국 바위가 미국 정원을 장식하게 된 일화 등이 나온다. 그림과 사진을 풍부하게 넣어 편집한 점이 특징이다.

시공사. 512쪽. 5만5천 원.

연합뉴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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