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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이슈 '징벌적 손배' 언론중재법

여당 언론중재법 속도전에 ‘전운’ 감도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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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상임위원장 교체 전” 속도

야 “헌재 제소·대여 투쟁” 총력

“집권 연장용” “국회 가서 싸우자”

윤석열·최재형 등 야당주자들 강경


한겨레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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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야당과 언론·시민단체의 반대에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무제한 반대토론(필리버스터)과 여야정협의체 거부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고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향후 위헌소송 등 정치투쟁을 공언하며 대선 쟁점화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와 민주당이 검찰, 경찰, 법원, 헌재, 국회 장악에 이어서 드디어 언론 장악까지 완성하게 되면 독재국가로 가는 최종 퍼즐이 완성되는 셈”이라며 “언론중재법은 양의 탈을 쓴 늑대와 다름없다. 겉으로는 가짜뉴스를 없애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언론에 대못질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과 열람차단 청구권을 위헌으로 보고 있다. 일반손해배상 책임보다 책임요건을 낮춰 언론보도에 과중한 책임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언론보도를 위축시켜 권력자 비리 보도를 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단 지적이다. 또 △추상적인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손해배상 금액 산정 기준의 부당함 등이 문제로 꼽힌다. 김 원내대표는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권력자들에게 불리한 보도는 무작정 가짜뉴스로 우기고 그렇게 하면 통용될 수 있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턱을 넘은 언론중재법은 오는 24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다음날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법사위 구성이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6명, 열린민주당 1명으로 구성돼 국민의힘이 반대해도 표결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는 지난달 23일 ‘원구성 재협상’ 타결 뒤 더욱 속도가 붙었다. 민주당이 독식하던 국회 18개 상임위원장 중 7개를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뒤늦게 ‘정상화’했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도 그중 하나다. 25일 본회의에서 소관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이 가져가기 전에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언론중재법을 개정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심산이다.

원구성 재협상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야당에 양보한 것에 대한 민주당 강성 당원들의 반발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여야가 상임위원장 재배분에 합의한 뒤 강성 지지층의 비판이 쏟아지자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이 뒤집어씌운 독주의 족쇄를 벗어던진만큼 더욱 과감하게 수술실 시시티브이(CCTV)법, 공정한 언론 생태계 조성 입법 등 민생 개혁 과제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8월 안에 이러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당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는 “대선과 상관 없이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데 언론 재갈물리기 프레임을 씌우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정권을 위한 언론재갈법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이라며 한목소리로 언론중재법 처리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당은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될 경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소집 절차 등을 문제삼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방침이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나 여야정 협의체 보이콧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 상황에서 잠행 중이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4일 만에 공개행보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정권이 무리하고 급하게 ‘언론재갈법’을 통과시키려는 진짜 목적은 정권 말기 권력 비판 보도를 틀어막아 집권연장을 꾀하려는 데 있다”며 여권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은 언론의 자유인가 아니면 부패 은폐의 자유인가”라고 되물으며 “법안이 통과되면 위헌소송 같은 법적 투쟁과 범국민연대 등 정치 투쟁을 병행할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13명 후보 전체 이름으로 언론악법을 비판하는 공동입장문을 발표하자”고 주장했다. 최 전 원장은 언론중재법 본회의 통과가 예정된 25일에 열릴 국민의힘 예비후보 비전발표회가 ”너무나 한가하다”며 “당은 비전발표회를 며칠이라도 연기하고 후보들 전원이 국회에 나가 당과 함께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가짜뉴스의 몸통은 현 정권이다. 언론중재법은 가짜뉴스를 막는다는 핑계로 언론 자유를 막는 짓”이라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이은 언자완박(언론 자유 완전 박탈)”이라고 비판했다.

배지현 송채경화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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