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력 철수 도울 미군 배치 6000명으로 늘려
블링컨 국무 “사이공 아니다”…‘치욕 패배’ 선 긋기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있는 미국 대사관의 문이 닫혀있는 모습. 카불/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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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있는 대통령궁마저 장악한 가운데, 현지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걸려있던 성조기가 15일(현지시각) 내려졌다. <시엔엔>(CNN)은 이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대사관 철수의 마지막 단계라고 풀이했다.
애초 미 정부는 4200명에 이르는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 직원을 오는 17일까지 대피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탈레반이 전날 카불에 진격하는 등 상황이 긴박해지자 미국은 헬기를 동원한 대사관 직원 대피 작전의 속도를 높였다. 이들 직원들의 대부분은 현재 카불 국제공항으로 대피했고, 대사관에 남아있는 일부 보안 관계자들 또한 조만간 떠날 예정이다.
미국은 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사관 직원과 아프간의 미군 협력자 등의 대피를 돕기 위해 1000명의 미군을 추가 투입한다고 전날 밝힌 지 하루 만인 이날 병력 1000명을 더 추가하기로 했다. 기존에 대사관 경비 등을 위해 남겨두기로 한 1000명과,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2일 배치 명령한 3000명까지 합쳐 모두 6000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앞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아프간 대사관 인력 철수와 관련해 “이것은 포기, 대피, 전면적 철수가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상황 악화에 따라 완전 철수로 후퇴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아프간 정부가 붕괴한 직후인 15일 <에이비시>(ABC) 방송에 출연해 카불 주재 미 대사관 완전 철수가 “매우 계획적인 방식으로 질서정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만약 탈레반이 이를 방해하면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정부는 2001년 아프간 전쟁을 시작한 지 20년 만에 다시 탈레반에 아프간 정권이 넘어가는 것을 목격하며 철수함으로써 야당 등으로부터 ‘치욕적인 패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시엔엔>에 출연해 “이것은 사이공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1975년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패망하면서 ‘프리퀀트 윈드 작전’을 통해 헬기를 사이공 주재 미 대사관에 띄워서 사람들을 탈출시키던 장면과는 다르다고 항변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달말까지 아프간에서 미군을 완전철수하기로 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탈레반이 올해 5월1일까지 아프간 내 외국군을 철수하기로 한 합의와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군이 철수하지 않기로 하면 탈레반과 미국이 다시 전쟁을 벌였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프간에 1년, 5년, 10년 더 남아있는 것은 미 국익에 맞지 않는다”며 철군 결정을 옹호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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