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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66년 역사가 곧 한국 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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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호 맞은 월간 ‘현대문학’

우리 나라 최장수 문예지인 월간 ‘현대문학(現代文學)’이 오는 8월호로 지령 800호를 맞는다. 1955년 1월 창간호를 낸 이래 66년 8개월 동안 한 차례 빠짐없이 발행됐다.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발행된 잡지의 창간사는 ‘인류의 운명은 문화의 힘에 의존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한국 현대문학의 건설’을 목표로 삼았다. 소설가 고(故) 박완서는 신혼살림을 시작한 동네인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출판사 ‘현대문학사’가 들어선 일화를 소설책 ‘그 남자네 집’(2004) 첫머리에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그 남루하고 척박한 시대에도 문학이 있다는 게 그렇게 내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다”고 고백했다.

조선일보

(왼쪽 사진부터)월간 문예지‘현대문학’2021년 8월 호. 1955년 1월 창간해 66년 8개월 동안 한 차례 빠짐없이 발행되며 800호를 맞았다. 표지는 단색화 거장 윤형근(1928~2007)의 작품. 1955년 1월 창간호. 표지는 화가 김환기 作. 1961년 12월 호. 표지는 화가 이중섭 作. 1972년 5월 호. 표지는 화가 천경자 作.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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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가 보통 한 호당 300쪽 내외인 것을 감안해 단순 계산해보면, 그간 발행된 잡지 현대문학은 24만여 쪽에 이른다. 소설과 산문 각각 4000여 편, 시 6000여 편이 실리면서 한국 문학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박경리의 대하 장편소설 ‘토지’와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비롯해 김동리의 ‘밀다원시대’, 황순원의 ‘소리’, 이범선의 ‘오발탄’,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이 게재됐다. 시인 박재삼⋅황동규 등이 등단했고 김춘수의 ‘꽃’, 서정주의 ‘동천(冬天)’도 현대문학을 통해 독자와 만났다. 문학평론가 이남호(고려대 교수)는 특별 기고에서 “세계 문학사와 세계 문예지 역사를 통틀어 월간 문예지 800호의 위업은 유례가 없다”며 “현대문학 800권은 그대로 ‘한국 현대문학사’가 된다고 우겨도 될 법하다”고 평했다.

현대문학의 전성기는 1960~1970년대였다. 등단하기 위해선 선배 문인의 추천을 받아야 했던 과거에 현대문학의 추천 제도는 엄격하기로 유명했다. 1960년대 현대문학의 고정 추천위원은 시 부문에 서정주⋅박목월⋅유치환, 소설에 김동리⋅황순원, 평론에 조연현, 희곡에 유치진이었다. 박경리를 추천한 김동리는 “한글이 서툴다”며 추천을 미루고 작품 쓰기를 독려했다고 한다.

현대문학 표지화(畵)는 당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창간호 표지를 김환기가 장식했고, 이후 문학진·이중섭·변종하·천경자·장욱진·서세옥 등 한국 화단의 거목들이 거쳐 갔다. 800호 표지는 한국 단색화가 윤형근의 작품을 채택했다. 512쪽 분량의 800호 기념 특대호는 소설가 35명과 시인 36명이 보낸 짧은 소설과 시로 꾸며졌다. 현대문학 윤희영 팀장은 “한창때보다 발행 부수가 10분의 1로 줄어들어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현대문학은 한국 문학의 중심에서 묵묵히 임무를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문학은 문학 독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위기를 타개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젊은 작가의 시와 산문, 소설을 문예지에 선보이고 단행본 발간을 이어가는 프로젝트 ‘핀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800호 출간에 맞춰 홈페이지도 개편했다. 다음 달 2일부터 ‘주간 현대문학’ 웹진(온라인 잡지) 서비스를 통해 과거 인기 연재작뿐 아니라 신작 시·소설·에세이를 매주 선보일 예정이다.

[이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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