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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마스크로 건조한 피부… 외출 1시간 전 보습제 바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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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얼굴과 손에 아토피 피부염이 심해진 채 진료실을 찾는 아이들을 자주 본다. 코로나는 아토피 피부염과 얼핏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왜 피부 증상이 악화할까.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아이들이 손을 수시로 씻는 데다 얼굴 피부의 절반을 마스크로 덮고 다니면서 피부가 가렵고 붉어지고 건조해지는 증상이 더 흔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예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닐 수는 없는 법이다. 아이들을 코로나로부터 보호하면서 피부염 악화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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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오래 쓰면 세균 감염에 취약

아토피 피부염은 소아청소년기에 흔한 피부 질환이다. 유아기엔 주로 얼굴, 팔·다리 펴는 부위 피부에, 나이가 들수록 얼굴과 팔다리의 접히는 부위 피부에 가렵고 붉은 병변(病變)이 생긴다.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사람들은 가렵고 붉은 피부염 부위뿐 아니라 정상으로 보이는 피부 부위도 사실 피부 기능이 떨어진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으면 약해진 피부에 자극이 지속된다. 그러다 자극 물질이나 알레르기 물질이 들어오면 접촉 피부염이 쉽게 발생한다.

더구나 마스크를 오래 쓰면 마스크 내부 호흡과 밀폐 효과로 피부 온도가 오르고 정상적으로 약산성을 유지하던 피부도 점차 알칼리성으로 바뀐다. 피부가 손상돼 수분 손실도 많아져 건조해진다. 또 피부 상태가 바뀌면서 특정 부위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며 평소에는 우리 몸에 질병을 일으키지 않던 세균인 ‘상재균(常在菌)’의 종류나 양이 바뀌어 세균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

이에 마스크를 오래 끼게 되면 아토피 피부염 같은 얼굴 피부염이 있던 사람의 44%가 기존 피부염이 더 심해진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코로나 시대 아토피 관리법

그렇다고 아토피 걱정으로 마스크를 계속 벗고 다니거나 손을 안 씻을 수는 없다. 따라서 아토피 피부염이 심해지지 않도록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면서 피부 아래 보이지 않는 염증을 예방해야 한다. 또 가렵고 붉은 피부염이 이미 생겼다면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한번 피부염이 생기면 가려워서 자꾸 긁게 되고, 그러면 염증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환자들은 외출 시 안전한 장소를 찾아 마스크를 2시간에 1번씩 10~15분 정도 벗어두는 휴식 시간을 갖는 게 좋다. 마스크를 잠깐 벗기만 해도 피부 온도는 금세 정상화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재사용하는 건 금물이다. 마스크에 남아 있던 땀이나 침이 모공을 막아 피부를 더 자극하기 때문이다. 또 국내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귀 주변에 피부염이나 상처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위에 마스크 줄이 닿아 지속적으로 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보습제도 잘 활용해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환자의 피부는 정상적인 약산성 피부가 아닌 알칼리성으로 변하는데, 여기에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까지 쓰게 되면 더 알칼리성으로 변해 피부 손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알칼리성이 된 피부를 되돌릴 수 있는 저(低)자극성, 약산성 보습제를 충분히 사용하는 게 좋다. 아토피 피부염엔 보습력이 좋은 크림과 연고 형태의 보습제를 추천한다. 그러나 얼굴 중에서도 특히 마스크에 덮이는 부위는 끈적거림이 덜하고 모공을 덜 막는 로션 제형 보습제를 충분히 쓰는 게 좋다. 또 보습제를 바르고 나서 바로 마스크를 쓰면 밀폐 효과로 모공이 막혀 모낭염이나 여드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외출 1시간쯤 전 미리 발라두고 피부에 충분히 흡수돼 끈적이지 않는 상태에서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마스크 사용 후에는 입 주위 건조함도 심해지니 입 주위에 꼼꼼하게 보습제를 바르고, 여름엔 보습제를 냉장고에 넣어 시원한 상태로 바르면 피부 손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땀과 피지를 씻어낼 수 있게 미지근한 물론 손과 얼굴을 씻는다. 세정제도 피부를 더 알칼리성으로 만들 수 있는 비누보다는 약산성이나 중성의 저자극성 물비누를 쓰는 게 좋다. 다만 무더운 여름철엔 땀이 많이 나 아토피 피부염이 갑자기 심해질 수 있다. 이럴 땐 보습제만으로 관리하기 어려우니 의료진과의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동훈·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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