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842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22일 오전 서울 중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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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59)씨는 23일 오후 다음주 접종하는 백신이 모더나에서 화이자로 바뀌었다는 질병관리청 문자를 받았다. 김씨는 "당장 사흘 뒤 접종인데 갑자기 접종 백신이 바뀌었다고 통보를 받으니 황당하다"며 "접종 예약부터 자꾸 이랬다저랬다 하니 정신이 없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50대 연령층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잇달아 변경하면서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접종 계획을 1~2주 연기한 데 이어 당초 전원 모더나 백신으로 알렸다가 수도권 55~59세는 화이자를 접종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화이자 백신의 접종 간격을 4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화이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1·2차 접종 간격이 3주인데 접종 편의를 고려해 모더나 접종 간격과 동일하게 4주로 바꾼다는 입장이다. 50대 대상자들은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쏟아내는 한편, 백신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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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화이자 접종 간격 3→4주로
일별 누적 백신 접종 인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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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은 오는 26일 시작되는 50대의 화이자 백신 접종과 관련해 한시적으로 2차 예약을 3주가 아닌 4주 기준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모더나 백신 수급이 늦어지면서 부족한 물량을 화이자 백신으로 대체하게 되면서 발생했다. 이미 4주 간격으로 잡힌 일정을 화이자 백신 기준에 맞춰 3주로 당길 경우 의료기관 전체 예약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추진단은 여기에 더해 피접종자와 의료기관의 편의를 고려해 접종 간격을 최대 6주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같은 방침을 설명하면서 독일과 영국, 캐나다를 예시로 들었다. 추진단에 따르면 독일은 현재 화이자 백신을 3~6주, 영국은 8주 간격으로 접종한다. 캐나다는 최대 16주까지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접종을 받는 50대 연령층에선 쓴소리가 쏟아졌다. 서울 여의도에 거주하는 이모(59)씨는 “접종 일정도 왔다 갔다 하고 종류도 바뀌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57)씨는 “접종 간격을 늘려도 효과가 똑같이 95% 정도가 나올지 걱정스럽다. 뭘 근거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실제 정부가 밝힌 대로 일부 국가에서 접종 간격을 기준보다 늘린 것은 맞지만, 효과가 제대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영국과 독일 등은 이번 해 초 전 세계적으로 백신 경쟁이 벌어지면서 물량이 부족해지자 차선책으로 접종 간격을 늘렸다. 당시 화이자사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권고안과 다른 접종 간격 확대 방안에 반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고위험군 접종이 낮고 백신 수급이 어려운 국가에 한해 화이자 백신 접종 간격을 12주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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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근거 없이 고무줄 늘이듯 접종 간격 늘려”
23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야구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이어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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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상에서 3주 간격으로 맞았을 때 95%의 효과를 보인다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원칙대로 가야 하는데 이를 바꾸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번 교차 접종을 발표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과학적 근거도 없이 백신 수급에 차질이 있으니까 고무줄 늘이듯 은근슬쩍 접종 간격을 늘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모든 의료 행위는 증거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렇게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명확한 연구 결과 없이 접종 간격을 바꾸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위탁의료기관의 손이 부족하면 더 늘려서 접종 원칙을 맞추면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 수급에 문제가 없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마 과장은 "화이자가 3상 임상을 토대로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도록 정했고, 임상 결과를 허가·심사해 접종 기준을 만든 것이다"라며 "백신 접종은 허가 사항대로 하는게 원칙이고, 원칙을 바꾸려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한다. 정부가 4주 간격으로 늘려도 된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제시를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50대 접종 계획만 해도 최근 매일매일 뭔가 계속 바뀌었는데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러면 혼란스럽다. 정부 접종 계획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예방효과보다는 델타 변이 우려”
반면 3주에서 4주로 접종 간격이 길어진다고 해도 예방 효과에는 크게 차이가 없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최원석 고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제일 좋은 건 정해진 간격을 딱 맞추는 게 좋겠지만 기간을 좀 늘려도 2회 접종을 완료하고 나타나는 예방 효과에는 크게 차이가 없을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1차와 2차 접종 기간이 길어지면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1회만으로는 백신 효과가 충분하지 않아서 접종 간격이 벌어졌을 때 2차 접종 전에 변이 등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2일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후원한 한 연구에서 화이자 백신을 8주 간격으로 맞을 경우 면역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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