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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공군 성추행’ 은폐 시도…서욱 “특별수사단 꾸려 엄정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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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 부대서도 괴롭힘까지 계속 이어지자 결국 ‘극단 선택’

유족들 “사건 무마 종용, 피해자 보호 매뉴얼 작동하지 않아”


한겨레

서욱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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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부사관이 자신의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이어진 무마 시도와 괴롭힘 등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서욱 국방장관이 “엄정하게 사실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서 장관은 1일 오전 열린 내부 회의에서 이 사건을 보고받고 “사안이 엄중한 만큼 특별수사단이라도 꾸려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실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공군 관계자는 “장관 지시대로 한점 의혹 없이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문화방송> 보도와 고인의 부친으로 추정되는 이가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내용을 모아보면, 충남 서산의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중사로 근무하던 피해자는 지난 3월 선임 장아무개 중사로부터 “야간 근무를 바꿔서라도 저녁 회식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업무와 관계 없는 또다른 상사 지인의 개업 축하자리였다.

억지로 불려 나간 회식을 마치고 차를 타고 돌아오던 길에 피해자는 뒷자리에서 가해자인 선임 장 중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피해자가 추행을 당하던 중 앞 자리에선 후임 부사관이 운전을 하던 중이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문화방송>과 인터뷰에서 “부끄럽고 치욕스럽다”는 말을 사용해 가며 피해자가 당한 끔찍한 성추행을 자세히 묘사했다.

피해자는 차문을 박차고 내려 곧바로 상관에게 신고했다.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장 중사는 숙소까지 따라와 ‘신고를 할 테면 해보라’는 태도를 보였다. 회식을 주도했던 상사 역시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냐”고 합의를 종용했다. 이후 사태가 확산되자 가해자는 “죽어버리겠다”며 적반하장적인 태도를 보였고, 가해자의 가족들은 “명예로운 전역을 하게 해달라”고 피해자를 압박했다. 사건을 무마하도록 종용한 것이다.

한겨레

청와대 청원 게시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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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 ‘불면증’ 등으로 시달리던 피해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뒤 두달여 간 청원 휴가를 냈다. 이후 15전투비행단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전출되어 나간 부대에서도 괴롭힘은 이어졌다. 결국, 피해자는 출근 나흘만인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는 숨지기 전날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친 상태였다. 가족들은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통해 자신이 숨져가는 과정을 녹화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 부친으로 보이는 이는 청와대 게시판에 “공군 부대 내 지속적인 괴롭힘과 성폭력 사건을 무마, 은폐하려는 압박, 합의 종용, 묵살, 피해자 보호 미조치 등으로 인해 우리 딸이 숨졌다. 제 딸이 왜 자신의 죽음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떠나야 했냐”고 물었다. 그는 전출된 부대에 대해서도 “전속 이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최고 지휘관과 말단 간부까지 성폭력 피해자인 제 딸에게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인 매뉴얼을 적용하지 않고 오히려 정식 절차라는 핑계로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가했다. 책임자 모두를 조사해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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