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판부리의 사미천 왼쪽 군사분계선을 끼고 서북쪽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비스듬하게 걸쳐 있는 이 고지에서 한국전쟁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바로 '후크고지 전투'였다.
1952년 10월부터 이듬해 휴전 직전까지 미군과 영연방군은 4차례에 걸쳐 중공군과 격전을 치렀다. 그 승전의 결과로 임진강 북단의 연천군 장남면과 백학면, 미산면, 왕징면 일대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귀속시킬 수 있었다.
1952년 11월 초에 벌어진 2차 후크고지 전투로 고지를 사수한 블랙와치 연대의 뒤를 이어 그달 중순 듀크 오브 웰링턴 연대가 이곳에 투입된다. 중공군의 크고 작은 도발에 맞서 싸우며 혹독한 겨울을 보낸 듀크 연대는 1953년 5월 28일부터 50여 시간 동안 처절한 참호 육박전을 벌인 끝에 고지를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신간 '후크고지의 영웅들'은 당시 전투에 참전했던 케네스 켈드(87세) 등 영국군 장병 23명의 수기를 묶은 책이다. 당시 17~20살 나이의 이들 청년이 전투 현장에서 겪어야 했던 삶과 죽음, 긴장과 공포, 피로와 휴식 등의 일상이 담겨 있다. 더불어 부사관부터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여단장에 이르기까지 지휘관들의 솔선수범과 불굴의 리더십도 엿볼 수 있다.
영국군의 고군분투를 확인할 수 있는 표석이 장남면 일대에 아직 없다고 한다. 후크고지 인근에 작은 전적기념비라도 세웠으면 하는 게 이번 책의 출간 동기이기도 하단다.
그동안 후크고지 전투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는다는 의미도 있다. 예컨대 '위키백과' 등에는 데이비드 로즈 중령이 미 해병 제1사단 1대대장으로 기재돼 있으나 실제론 영국군 블랙와치 연대 1대대장이라는 것이다.
참전 노병들의 수기와 함께 용사의 아내가 쓴 수기도 뭉클하게 다가온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에서 돌아온 남편이 다시 동원 명령을 받고 한국으로 떠나야 하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보며 아직 걸음걸이도 서툰 두 아이를 키워야 했던 젊은 아내의 이야기다.
정광제·김용필 옮김. 타임라인. 33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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