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백상 수상소감 대상을 뽑는다면…“혐오·차별 방관 부끄러워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구자혜 연출가 수상소감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 백상연극상 수상

트랜스젠더 작가였던 고 이은용 작가 기려

“혐오와 차별 방관하는 정권은 부끄러워해야”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공연 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대단하다’, ‘용기를 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용기를 낸 사람은 이 공연의 대본을 쓴 이은용 작가 입니다.”

13일 밤 열린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자정 즈음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한 사람의 말에 관객이 숨죽였다. 구자혜 연출가는 단단한 목소리로 소감을 이어갔다. 그는 ‘백상연극상’ 수상작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의 연출가다.

구 연출가는 대본을 쓴 이은용 작가를 기리는 말로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이 작가는 지난 2월 숨졌다.

“그는 본인을 ‘생존하는 트랜스젠더 작가’라고 가시화하면서 객석에 앉아있는 또다른 트랜스젠더들의 삶에 마음을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성 소수자 존재를 부정하는 일부 세력과 이를 방관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어떤 사람의 삶과 선택 이야기는 누군가의 승인이 필요 없다. 어떤 사람의 삶을 감히 부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나중에’라는 합리화로 혐오와 차별을 방관하는 정권이 부끄러워했으면 한다.”

이 작품에 출연해 연극부문 남자 연기상을 받은 최순진 배우도 고 이은용 작가에게 감사를 전했다.

“작업을 하면서 어떤 인간 존재에게는 우리 사회에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폭력적이고 차별적이고 불평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누구도 인간을 혐오하거나 차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한겨레

연극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 포스터. 미아리고개예술극장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구 연출가는 수상 소감 발표 때 거의 모든 스태프를 언급했다. 배우·스태프·수어통역사·음성해설 작가를 차례로 호명하며 이들이 이 작품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그는 “배우분들은 선언이 연기가 될 수 있도록 발화의 개념을 보완했고, 스태프분들은 이들의 말이 극장을 넘어갈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기술을 운용했다. 수어통역사와 음성해설 작가분은 이 연극이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언어를 벼리는 작업을 했다”며 자신 역시 ‘트랜스젠더 프라이드’를 갖고 연출에 임했다고 전했다. 구 연출가는 “(이 작품은) 창작진이 스스로 가치와 의미를 존중하기에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소중하고 훌륭한 연극”이라고 했다.

이날 백상연극상과 연극부문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는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이 고 이은용 작가의 희곡 ‘그리고 여동생이 문을 두드렸다’를 뼈대로 만든 작품이다. 여성과 남성으로 나뉘는 이분법적 사회에서 끊임없이 경계의 문을 두드리는 트랜스젠더의 삶과 존재를 연극으로 풀어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부동산정책 기사 보기▶코로나19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