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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여덟번째 죽음, ‘전세사기 구제 사각’ 계속 방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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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여덟번째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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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지난 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임차보증금 채권 순위가 근저당 설정권자보다 후순위인데다, 소액임차보증금 최우선 변제 대상도 되지 못해 8400만원의 보증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할 위기 상황에 놓여 있던 이였다. 세 들어 살던 집에 대한 경매 절차가 개시될 때까지 특별법이 정한 ‘피해자’ 인정조차 받지 못했다. 피해자 인정 통보는 그가 숨진 날 오후에야 왔다고 한다. 38살 젊은이는 피해를 줄여보려고 발버둥 치다 끝내 세상을 등졌다.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세상에 드러난 이후, 이런 일이 일어난 게 벌써 여덟번째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법)이 제정돼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보증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할 처지의 사람들이 적지 않다. 거주 지역 최우선 변제권 대상 보증금 기준을 넘겨 전세 계약을 했고, 주택을 경매해도 경락값을 선순위 채권자가 다 가져가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다. 다가주주택에 전세 입주했다 사기를 당한 이들 가운데 이런 피해자가 특히 많은데, 이들은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사들여 피해 임차인을 우선 구제해 주고, 나중에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식을 시민단체와 야당이 제안해왔다. 그러나 6개월마다 법의 미비점을 점검하고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정부와 여당은 이런 식의 구제에 완강하게 반대한다. 돈이 많이 들고, 사인 간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을 정부가 구제한 전례가 없다는 게 이유다. 국가가 운영하는 주택임대차 중개제도를 신뢰하고 거래했다가 거의 전재산을 날리게 된 사람들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옳지 않다. 피해자가 수만명에 이르지 않는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피해자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의결했다. 이 개정안의 취지가 모든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최우선 변제금은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해,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하면 소요 예산이 5천억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 유예 기간이 1년이라, 6월이 되면 경매가 다시 진행된다. 그 전에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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