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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 비판, 맞는지 팩트체크해보자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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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계단앞에서 연금개혁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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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공론화 결과의 의미 ②



정세은 |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대표단 500명 중 과반이 1안, 즉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가 발표되자 2안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1안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사실을 왜곡해서 설명해서 시민대표단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식으로 비판하고 있다. 1안을 지지하는 전문가로서 세 가지 논점에 대해 답하겠다.



첫째, 2안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1안을 실행하면 재정 상태가 현재 전망보다 나빠지는 것이 ‘팩트’인데 1안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그렇지 않다’라고 왜곡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선 재정계산위원회의 미래 전망이 ‘팩트’라고 이야기하는 것부터 잘못된 비판이다. 미래 전망이란 미래에 대한 이러저러한 가정을 선택하고 그 가정 아래 미래가 어떻게 전개할지를 추측하는 작업이다. 재정계산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면, 1안을 실시했을 때 현행 제도보다 기금 고갈 시점은 미뤄지지만 고갈된 이후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0.8%포인트 정도 올라간다고 전망했다. 이 점을 이미 시민대표단에게 잘 설명했다. 1안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재정계산위원회가 채택한 가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을 뿐이다. 지난 30년간 기금수익률이 약 6%였는데 재정계산위원회는 4.5%라는 낮은 수익률을 사용했다는 점, 1안을 실시해서 노후 소득이 늘면 그것이 소비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을 텐데 그 효과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1안의 재정 전망을 비관적으로 추정했다고 비판했다.



둘째, 2안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수익비(내는 것을 1로 했을 때 얼마를 받는지 계산한 값)가 2.2로서 국민연금이 내는 것에 비해 많이 받는 구조인데, 1안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그렇지 않다’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수익비는 공적 연금에 사용하지 않는 개념이라는 점을 밝혀두면서 이 주장이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2.2라는 수익비는 낸 것에 당연히 포함해야 할 기금 운용 수익을 포함하지 않고, 예전의 가입자와 2007년 연금개혁 이후 소득대체율이 떨어진 가입자 모두를 평균해 높은 수치로 계산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고려해 1992년생에 대해 기금 수익을 포함해서 수익비를 계산하면 2 아래로 떨어진다. 설령 수익비가 2가 된다고 하자. 그것이 과도하게 많은 것일까? 3% 복리를 적용하는 저축상품에 가입했을 때 원금과 이자를 합한 것이 원금의 2배(수익비 2)가 되는 데 24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최대 38년 가입해야 하는 국민연금의 경우 수익비 2가 그렇게 과도한 수익은 아니다.



이제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진단해보자. 평균적 조건을 가진 1992년생을 대상으로 가입, 은퇴, 수급, 사망까지 전 기간에 대해서 내는 것과 받는 것을 일치시키는 내부 수익률을 계산하면 약 6%가 나온다. 그런데 마침 지난 30여년간 기금 수익률도 약 6%였다. 이 둘을 고려하면 1992년생은 내는 만큼 받는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이슈페이퍼 ‘국민연금 가입자가 내는 것에 비해 더 받는가?’ 참고).



셋째, 다른 선진국들은 어느 정도 국고를 투입하고 있나. 2안 지지자들은 “외국의 국고 지원은 ‘연금 크레딧’ 등 사회·정책적 지원이 중심이다. 그래서 그 규모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1안 지지자들은 “유럽은 전체 지출의 25%를 국고로 투입한다, 즉 크레딧 지원을 넘어서 보험료 부담을 덜기 위한 중요한 재원으로 국고는 역할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이 팩트인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21년 발간한 ‘2021년 연금 적정성 보고서: 유럽연합의 현재와 미래 노년기 소득 적정성’을 보면, 2018년 기준 유럽연합 회원국의 노령연금 재원은 사회보험료가 65.5%, 조세에 기반을 둔 정부의 일반 재정 수입이 25%, 나머지는 기타 수입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공적 연금에서 유럽 국가들의 국고 지원이 크레딧 지원에 그친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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