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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기자24시] '재탕' 녹화강의, 학생들이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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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학생들은 이전 학기에 사용된 '재탕' 녹화 강의를 듣고 교수는 실시간 강의에서 5분 남짓 질문을 받고 수업을 마친다. 시험문제는 지난 학기와 동일하다. '족보'를 입수한 학생들은 강의를 안 듣고도 좋은 학점을 받는다.

코로나19 사태 2년 차를 맞은 지금 서울 주요 대학들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일부 교수들이 비대면 시국을 이용해 대학 교육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미리 만든 강의를 제공하는 게 교육이라면 대학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학생들이 대학 교육에 비싼 등록금과 시간을 쏟는 이유는 교수 및 학우들과 소통하며 전인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강의는 사이버대학이 할 역할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원격 교육을 해야 한다면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실시간 교육을 100% 실시하는 것이 맞는다. 화면을 켠 학생만 출석으로 인정하고, 질문과 토론을 유도해 대면 강의 효과를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면수업 비중도 차츰 늘려야 한다. 현재 초등학교 1~2학년들은 원칙적으로 매일 등교가 가능하다. 2학기부터는 초·중·고등학교 전 학년의 전면 등교가 추진될 예정이다. 대학생이 미성년 학생들보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것도 아니고 대학 교육이 초·중등 교육보다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교학상장'이라는 성어가 있다.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이 모두 자신의 학업을 성장시킨다는 말이다. 교육에 힘쓰지 않는 교수들은 연구도 열심히 안 할 것이다. 자리만 차지하고 청년들을 착취하는 '꼰대'의 전형이다.

교수라는 이유로 무작정 학생들의 존경을 받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 학생들은 '철밥통'을 쥐고 교육과 연구를 등한시하는 교수를 '적폐' '틀딱'이라고 서슴지 않고 경멸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학생들이 대학을 떠나고 있다. 질 낮은 교육에 실망한 학생들은 휴학을 하고 '졸업만 하면 된다'는 학생들만 남아 학점을 채운다. 학령인구가 줄고 대학 진학률이 떨어지며 많은 대학이 사라질 상황에 처해 있다. 교수들의 후안무치가 근절되지 않으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몇 개의 대학이 살아남을지 장담할 수 없다.

[사회부 = 김형주 기자 livebythes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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