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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무신사 쏘카, 유니콘 몰리는 '한국의 브루클린'…성수에 있는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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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2일 서울 성수동 공유오피스 스파크플러스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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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스타트업들의 탈(脫)테헤란로 붐이 일고 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서 사업을 시작해 회사가 커지면 서울 성수동으로 옮기는 스타트업이 많아지면서 성수동이 새로운 스타트업밸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근래 몇 년간 성수는 낡은 공장과 건물들이 카페와 맛집 등으로 바뀌면서 2030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미국 뉴욕 힙스터의 성지 브루클린도 한때는 공장으로 가득한 회색지대였지만, 소호 지역의 임대료 폭등으로 쫓겨난 이들이 모여들면서 예술가·스타트업의 성지가 됐다.

성수동이 2030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함에 따라 스타트업들이 트렌드 등을 파악하며 신사업을 펼치기 좋은 공간이자 젊은 인재 채용에도 유리한 이곳을 점찍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성수로 자리를 옮긴 패션 유니콘 무신사를 시작으로 올해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와 동영상 후기 서비스 스타트업 인덴트코퍼레이션까지 성수 신사옥으로 자리를 옮겨 사업을 확장하는 스타트업과 관련 기관들이 늘고 있다. 올해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쏘카'는 이미 성수에 본사를 두고 있고, 올해 상장을 계획 중인 '20조 기업공개(IPO) 대어' 게임 유니콘 크래프톤도 650억원을 들여 성수에 용지를 매입해 신사옥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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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들은 주로 테헤란로에서 사업을 시작해왔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강남역 사거리에서 삼성동 삼성역 사거리 구간에 위치한 이 거리에 정부와 스타트업 업계가 주도한 각종 스타트업 창업육성센터가 다수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팁스타운과 강남구청이 운영하는 강남스타트업센터, 아산나눔재단의 마루180,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등이다. 스타트업들이 주로 입주하는 패스트파이브를 비롯한 공유오피스도 30개 넘게 테헤란로 인근에 집중적으로 자리해 있는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이들 스타트업이 최근에는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비용 감소 △신사업 도모 △지리적 접근성 등을 이유로 성수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업계에선 가장 큰 이유로 비용 감소를 든다. 통상 스타트업이 50~100명 수준의 직원으로 규모가 커지면 한 번에 모든 인원이 모일 수 있는 사무실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성수는 대체로 건물 임대료가 강남보다 싸다. 건물 상태나 가격대 형성이 합리적인 편이라 사무실 크기를 키워야 하는 스타트업에 적절하다. 성수나 뚝섬, 서울숲 인근에 자리를 잡는다"고 설명했다.

기존 사업을 넘어서는 신사업을 도모하는 데도 편하다. 역삼 마루180에서 이달 성수로 옮긴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는 "우리가 새로운 것(사업)을 드려야 할 분들이 성수에 모여 있다. 이곳은 최근 문화 중심지로 커 나가고 있다. 평일이나 주말에 수많은 상품기획자(MD)도 돌아다닌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펼치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매장 업무관리 서비스 스타트업인 알바체크도 디캠프 선릉점에서 올해 2월 서울창업허브 성수 T-스페이스로 입주했다. 권민재 알바체크 대표는 "성수에는 입주 심사를 통해 소정의 관리비만 내면 무료로 이용 가능한 스타트업 지원 공간이 많다"며 "더구나 이곳에서는 프렌차이즈가 아닌 개인 카페나 음식점 등 상점이 오밀조밀 몰려있다. 전략적으로 영업이나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수동은 2호선 성수역과 뚝섬역을 포함해 수인분당선 서울숲역까지 3개 역이 인접한 지리적 특징도 있다. 강남과 강북 양쪽으로 모두 이동하기 쉬운 데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스타트업이 모두 몰려있는 전통의 클러스터인 서울 삼성동 '테헤란밸리'와도 불과 4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성동구에서는 소셜벤처 허브센터를 만들어 운영해왔고, 현대가(家) 3세인 정경선 대표가 이끄는 루트임팩트와 소풍벤처스 등 소셜벤처들이 차례로 들어서며 생태계 조성에도 큰 힘이 됐다.

업계에서는 2030세대가 환호할만한 공간이 다수 생기고 문화적 요소를 갖추면서 젊은 인재들 확보도 쉽다고 덧붙였다. 무신사 관계자는 "성수에는 오래된 건물과 새 건물이 공존한다. 다양한 카페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으면서 직원들의 창의성을 자극할 요소가 많다"며 "직원들이 공간의 영향을 받는 것이 사업의 성과에도 곧바로 영향을 준다. 무신사가 성수에 신사옥을 준비 중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요새 MZ세대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것만큼 어디서 일하는 지도 중요한 요소로 친다. 성수가 MZ세대가 선택할만한 근무 여건에 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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