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일 넘게 싸워온 손 교수 복직 ‘청신호’
손원영 교수. 조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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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을 훼손한 개신교인을 대신해 사과하고 복구 비용을 모금했다가 신학교 강단에서 쫓겨났던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의 복직에 힘을 실어주는 판결이 나왔다.
9일 개신교계 쪽 얘기를 종합하면,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이병삼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손 교수의 복직을 반대하는 총장 쪽 이사들이 손 교수의 재임용 결정 과정에 하자가 있다며 제기한 재임용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재판은 서울기독대 학교법인인 환원학원 이사회가 손 교수의 파면을 취소하라는 법원 확정 판결을 수용해 지난해 재임용 결정을 내리자 이를 반대하는 총장 쪽 이사 3명이 손 교수의 복직을 막기 위해 환원학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재판부는 “사립학교법은 근무 기간을 정해 임용된 교원이 재임용 심의를 신청한 경우 임용권자는 교원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임용할지 여부를 결정한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 이런 재임용 경우에도 학교장의 제청이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씨의 재임용 승인 신청에 대해 교원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친 이상, (이사회의) 재임용 승인 결의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환원학원) 정관상 총장의 제청을 교원의 임용 여부 결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의 성립 내지 효력 요건으로까지 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총장의 임명 제청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손씨의) 재임용 승인 결의 자체의 효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청구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손 교수는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림으로써 (서울기독대) 총장이 제 재임용 및 복직을 막을 어떤 명분도 사라졌다”며“대한민국 법에 따라 운영하는 대학이 대한민국의 법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 학교 측에서 법원 판단을 존중해 복직 조치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2016년 1월 한 개신교인이 경북 김천시 개운사 법당에 들어가 불상과 종교의식에 쓰는 기구인 법구를 훼손한 사실을 알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교계를 대신해 사과문을 올리면서 법당 복구 비용 모금에 나섰다.
이를 두고 서울기독대 교단인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는 그해 4월 손 교수의 신앙을 조사하도록 했고, 대학 쪽은 손 교수의 행위가 교단의 신앙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2017년 2월 파면 조치했다. 이에 손 교수는 파면 취소 소송을 냈고, 2년여간 1심과 2심을 거쳐 2019년 10월 학교 쪽의 징계 조치를 취소하라는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학교법인 이사회는 지난해 손 교수의 재임용 결정을 내렸으나, 총장 쪽의 반대로 복직이 이뤄지지 않아, 손 교수는 아직도 1500일 넘게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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