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흥 토지주들 행정소송 검토… 공공 신뢰 곤두박질
토지보상 지연돼 신도시 입주 1~2년 미뤄질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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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격 아닙니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를 사전 투기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민심이 들끓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신도시 예정지 지정을 취소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한편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 신뢰도 저하에 따른 토지보상 지연으로 3기 신도시 입주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주민들이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광명시흥주민연합체 회원 100여명은 최근 모임을 갖고 “공공을 주도해야 할 사람들이 투기를 일삼았는데 이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며 3기 신도시 예정지 취소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주민 모임 전까지 광명시흥주민연합체 대표를 맡았던 안익수 대표는 “사업 취소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반응이 강경하다”며 “행정소송 등 향후 추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 만큼 일단 사업 추진을 취소하고 당초 계획했던 특별관리지구 개발 계획에 따라 토지 수용 혼용방식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른 3기 신도시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토지 보상이 60%가량 이뤄져 사업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 중인 하남교산 신도시의 경우 이주 문제 등으로 갈등이 심화하던 가운데, 투기 의혹까지 제기되자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년 넘게 보상비 책정 문제로 재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과천 지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해당 지역에서 거주해 온 최모 씨는 “지역 거주민들에 대한 고려 없이 보상비를 어떻게든 낮게 책정하던 LH가 정작 뒤에선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자기들 이익을 챙겼다니 기가 찰 따름”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는 이번 땅 투기 논란으로 3기 신도시 입주가 1~2년 늦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토지주과의 토지 보상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 예정지 토지주 중 상당수가 “LH 땅 투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의 핵심인 공공 주도 정비 사업은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사업 전반을 책임지고 토지주와 조합은 주요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다. 그만큼 공공의 신뢰가 사업 성공의 필수 요인인데, 그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산권 침해 논란에 공공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지면 공공 주도 정비사업은 실패할 정책이 될 것”이라며 “신도시 입주도 1년 이상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결과적으로 무주택 서민들의 시름만 깊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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