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가수에게 맞았다” 동창생이라던 폭로자
알고보니 8세 많은 회사원
대중심리 자극… 악용사례도 늘어
이재영(오른쪽)과 이다영 자매./스포츠조선 |
스포츠계를 중심으로 불거진 ‘학교폭력(학폭) 미투’가 연예인·일반인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과거에는 토로할 곳 없었던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폭발력을 갖추게 되면서, 법적 처벌 시효가 지난 사건도 ‘대중 재판’을 통해 가해자를 즉각 응징하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학교폭력을 일삼았던 이들이 줄줄이 퇴출되며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를 악용한 허위 폭로로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배우 조병규(25)의 학교폭력 폭로글도 하루 만에 허위로 판명 났다. 이 글은 조씨가 뉴질랜드 유학 시절 학교 동창에게 언어 폭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다음 날 조씨 측이 “악성 루머”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글 작성자는 “허위글이었고 잘못을 후회하니 선처해달라”며 연락해왔다고 조병규 소속사 측이 밝혔다. 글 작성자는 해당 글을 삭제했다.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멤버 박지훈(22)도 수년 전 중학교 동창생을 자칭한 이가 올린 ‘학폭 폭로’ 글에 시달렸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글 작성자는 박씨와 일면식도 없고, 나이도 여덟 살 많은 회사원이었다. 법조계에선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학폭 폭로 자체는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허위 폭로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16일 오후에는 아이돌 그룹 ‘TOO’ 멤버 차웅기(19)의 학교폭력을 고발하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사실인지 알 수 있게 인증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글 작성자는 정신과 진단서와 졸업장을 공개했다. 그러자 또 다른 네티즌이 자신의 졸업 앨범을 인증한 뒤 “피해자가 점점 심한 장난을 치면서, 웅기도 참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이가 악화된 것이지 학교폭력이 아니다”라는 반박 글을 올렸다. 주로 과거에 발생한 학교폭력인 만큼 뚜렷한 증거 없이 피해자의 주장만 있는 경우가 많아, 이런 진실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작년 4월 이원일 셰프의 약혼녀 김유진 PD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얼굴이 알려지자, ’12년 전 집단 폭행을 당했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의 글이 올라왔다. 당시 김씨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후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이 과거 피해를 이제라도 말할 수 있게 됐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과거의 일이라 증거가 대부분 없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 어려워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며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영구 퇴출이나 출전 금지 등 과거의 잘못이 현재와 미래를 언제까지고 구속하는 것은 행위에 비해 처벌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허위 폭로는 경계해야 하지만, 피해자들의 ‘학폭 미투’마저 위축돼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온라인 공간을 통한 공론화의 특성상 허위 사실에 의한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을 주의해야 하는 건 맞는다”면서도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유명인들의 경우 더 높은 도덕적 잣대가 적용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며, 과거 미투 운동 때처럼 오랫동안 말 못한 피해자들에게 발언권을 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유일의 이호진 변호사는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면 사이버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만, 폭로의 공익성이 인정되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허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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