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교촌에프앤비. 네 기업의 공통점은? 지난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공모주 투자 열풍을 일으켰던 기업들이죠.
하지만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불면서 너도나도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면서도 공모주 투자만큼은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요. 공모주가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1주를 받기 위해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증거금(주식거래 시 증권사에 예탁하는 일종의 보증금, 공모주 시장에서는 보통 청약대금의 50%를 증거금으로 납부함)을 마련해야했기 때문이죠.
지난해 역대급 공모주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카카오게임즈(1524.85대1)는 공모주 1주를 받기 위해 증거금을 2400만원이나 내야했어요. 증거금이 많을수록 배정받는 공모주 수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목돈이 없는 일반투자자가 공모주투자에 참여하기 위해선 마이너스통장 등 대출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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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고액자산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공모주청약 제도를 바꿔서 일반투자자들도 공모주투자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정책이 지난해 나왔어요. 지난해 11월 금융당국(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이 발표한 '공모주 일반청약자 참여기회 확대방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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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늘고, 절반 이상은 무조건 균등배분
금융당국의 개선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①일반청약물량 하한선 기존 20%→25%로 확대하고, 우리사주조합 물량 실권 시 최대 5%내에서 일반투자자에 추가 배정
②일반청약자 배정물량을 나누는 방식을 기존 증거금 비례방식에서 → 균등방식(절반 이상)+ 증거금 비례방식 혼합
먼저 일반청약물량 확대. 기존 금융투자협회 증권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모물량의 20% 이상을 일반청약자에게 배정하도록 했어요. 나머지 20%는 우리사주조합, 60%는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이었죠.
하지만 올해부터는 일반청약자에 배정하는 물량 하한선을 25%로 높였어요. 고위험고수익투자신탁(하이일드 펀드)에 배정하는 물량을 기존 10%에서 5%로 줄이는 대신 이 5%를 일반청약자 배정물량으로 돌린 것이죠. 이 제도는 올해 1월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부터 적용.
또한 우리사주조합 물량에서 실권주가 발생하면 최대 5% 이내에서 일반청약 물량으로 배정하도록 바꿨어요. 이 제도는 지난해 12월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에 먼저 적용 중.
종합하면 작년 12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기존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20%에 우리사주조합 물량 미달분 최대 5%까지 일반청약자 물량으로 배정 가능. 따라서 일반청약자 물량이 최소 20%에서 최대 25%까지 늘어날 수 있고요.
올해 1월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일반청약자 배정물량을 최소 25% 배정하고, 추가로 우리사주조합 물량이 미달나면 최대 5%까지 일반청약자 물량으로 배정 가능. 따라서 일반청약자 물량이 최소 25%에서 최대 30%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
두 번째 균등방식 도입. 기존에는 증거금이 많을수록 배정받는 공모주 수량도 늘어나는 비례방식이었죠. 금융당국은 균등방식을 도입해 일반청약자 배정물량의 절반 이상을 증거금 규모에 상관없이 똑같이 나누고, 나머지 절반은 기존대로 증거금 규모에 비례해 나누도록 했어요. 이 제도는 지난해 12월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모든 공모주 기업에 적용 중.
균등방식은 다시 Ⓐ일괄청약방식 Ⓑ분리청약방식 Ⓒ다중청약방식으로 나뉘는데요. 일괄청약방식은 청약자가 원하는 수량을 청약하면 배정물량 절반 이상을 모든 청약자에게 동일하게 배정(균등방식)하고 나머지는 청약증거금에 따라 배정하는 방식이에요. 제도 변화 이후 지금까지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기업들은 모두 일괄청약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요.
참고로 분리청약방식은 일반청약자 배정물량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a그룹은 추첨 또는 균등배정을 통해 동일한 물량을 배정, b그룹은 청약증거금에 비례해 배정하는 방식. 다중청약방식은 분리청약방식의 a그룹에서 청약접수 시 사전에 정해진 복수의 수요량(ex 10주, 20주, 30주 등)을 청약자가 선택한 후 추첨 또는 균등배정방식으로 물량을 배정하는 방식(b그룹은 지금처럼 증거금에 비례해 배정).
좀 복잡하죠? 일단 지금은 일괄청약방식만 기억하면 돼요!
# 균등방식, 얼마나 효과 있었을까?
올해 공모주청약을 진행한 기업들을 보면 '증권신고서 최초 제출일'이 언제냐에 따라 적용하는 제도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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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11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번 달 공모청약을 진행한 엔비티, 선진뷰티사이언스, 모비릭스는 기존처럼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20%. 그리고 증거금 비례방식으로 공모를 진행했어요. 작년 12월 이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서 균등방식 적용 대상이 아닌 곳.
최초로 바뀐 제도를 적용한 기업은 마스크에 사용하는 멜트브라운(MB필터) 원단을 생산하는 씨앤투스성진.
씨앤투스성진이 처음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날짜는 지난해 12월 15일. 공모주 청약제도개선 이후 처음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곳. 이 회사는 지난 19~20일 이틀간 160만주에 대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결과 총 4만7077건의 일반투자자 청약이 접수됐어요.
160만주 중 일반투자자 배정 물량은 32만주(20%), 나머지는 기관투자자(128만주, 80%)가 가져갔어요. 참고로 우리사주조합 배정물량이 없어서 최대 5%까지 일반청약자에 배정할 수 있는 미달물량 자체가 없었다는 점!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요. 또 하나 바뀐 제도인 균등방식을 씨앤투스성진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거든요.
☞관련공시: 씨앤투스성진 1월 25일 증권발행실적보고서
<Ⅱ. 청약 및 배정에 관한 사항>에서 '일반투자자 배정방식별 배정현황'을 보면 균등방식과 비례방식으로 나눠 배정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32만주 중 58.8%를 균등방식으로 배정했고 41.2%는 비례방식으로 배정했어요. 청약증거금에 비례해 가져가는 수량보다 투자자 모두에게 똑같이 배정하는 균등방식 수량이 더 많죠.
'일반투자자 세부 배정현황'을 보시면 더 놀라운데요. 균등방식으로 배정한 수량을 살펴보면 최소청약단위인 10주를 청약한 사람들이 모두 4주를 받았어요. 반면 1명이 최대로 신청할 수 있는 수량인 3만2000주를 청약하고도 4주를 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균등방식의 개념이 최소 청약증거금을 낸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인 만큼 청약수량과 관계없이 모두 4주씩 받은 것이죠.
씨앤투스성진의 공모가는 3만2000원. 10주를 청약했다는 건 증거금 16만원(총 청약액수는 32만원)을 내고 4주를 받았다는 뜻이죠.
이 결과가 놀라운 건 씨앤투스성진의 공모주 일반청약 경쟁률이 674.04:1이라는 점 때문. 결코 낮지 않은 나름 치열한 경쟁률이에요. 공모주 청약제도를 바꾸기 전이었다면 최소 700주(청약증거금 1120만원)는 청약해야 1주를 받을 수 있었던 경쟁률인데 바뀐 제도를 적용하면서 10주만 청약해도 무려 4주를 받게 된 것이죠.
씨앤투스성진 공모청약에서 10주(1만4327건)와 20주(3678건)를 청약한 사람들이 균등배정 방식으로 가져간 공모주 물량은 총 7만2020주. 균등방식으로 배정한 전체 물량(18만8308주)의 38.3%를 10주와 20주를 청약한 투자자들이 가져갔어요. 기존 제도였다면 이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공모주는 단 1주도 없었겠지만 균등배정을 도입하면서 소액투자자들도 공모주투자 기회가 생긴 것이죠. 반면 3만주 이상 청약한 고액투자자들(1952건)이 균등방식으로 받은 물량은 4.14%(7808주)였어요.
어 그럼 1주 만 청약해도 되나요? 질문 좋아요~ 다만 1주 청약은 공모주를 배정받기 어려울 듯해요. 씨앤투스성진의 최소청약단위는 10주였어요(대부분의 공모청약도 마찬가지) 따라서 투자하려는 공모기업의 최소청약단위를 확인하고 수량에 맞춰 청약해야 한다는 점! 꼭 기억해두시고요.
# 비례방식은 최소 900주 청약해야
이번엔 씨앤투스성진의 공모주청약에서 비례방식으로 배정된 물량을 살펴볼까요. 최소청약단위인 10주는 말할 것도 없고 100주, 500주, 800주를 신청해도 비례방식으로는 단 1주도 배정받지 못했어요. 최소 900주는 청약해야 1주를 받을 수 있었네요.
청약증거금에 비례해 공모주를 배정하는 만큼 청약물량이 많을수록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았는데요. 가장 많은 청약단위인 3만2000주를 청약한 투자자들(1713건)은 무려 3만4260주(1건당 20주)를 배정받았어요.
균등방식과 비례방식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균등방식이 더 많은 투자자들, 특히 소액으로 공모주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죠. 금융당국이 공모주 청약제도를 개선하면서 '최소 청약증거금 이상을 납입한 모든 청약자에게 동등한 배정기회를 부여'한다는 목표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 우리사주조합 미달물량, 속속 일반청약자에게로
이번에는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자체가 늘어난 사례를 살펴볼게요.
핀테크업체 핑거, 통신‧사물인터넷 관련 제품 제조업체 솔루엠, 의학‧약학 연구개발 업체 뷰노와 반도체장비 제조업체 오로스테크놀로지, OLED전문업체 피엔에이치테크, 전자부품 제조업체 나노씨엠에스 등 다수의 기업들이 바뀐 제도 적용을 받는데요.
핑거, 솔루엠, 뷰노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요. 오로스테크놀로지, 피엔에이치테크, 나노씨엠에스는 올해 1월 최초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어요.
핑거, 솔루엠, 뷰노는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20%+우리사주조합 미달물량 최대 5%를 더해 최대 25%까지 일반청약자 물량이 늘어날 수 있어요. 오로스테크놀로지, 피엔에이치테크, 나노씨엠에스는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25%+우리사주조합 미달물량 최대 5%까지 더해서 최대 30%까지 일반청약자 물량이 늘어날 수 있는 기업들이죠.
핑거는 26일 공모주청약을 마치고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냈는데요.
☞관련공시: 핑거 1월 26일 증권발행실적보고서
<Ⅱ. 청약 및 배정에 관한 사항>을 보면 우리사주조합에 최초 배정한 수량은 26만주, 기관투자자는 78만주, 일반투자자는 26만주.
하지만 청약결과는 우리사주조합 24만8624주, 기관투자자 78만주, 일반투자자 27만1376주로 우리사주조합은 덜 가져가고 일반투자자는 더 가져간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우리사주조합에서 1만1376주(4.4%)가 미달이 난 건데 이 물량을 그대로 일반청약자 물량에 배정한 것이죠.
반면 솔루엠은 최초 배정수량(우리사주조합 20%, 기관투자자 60%, 일반투자자 20%) 그대로 최종배정수량이 결정됐답니다. 우리사주조합 물량에서 단 한 주도 미달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대신 균등방식은 적용했어요. 최소청약단위인 10주를 청약한 투자자들(1만8982건)들이 모두 5주를 배정받았네요.
☞관련공시: 솔루엠 1월 26일 증권발행실적보고서
올해 1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인 오로스테크놀로지는 일반청약자 물량을 최소 25%로 배정했어요. 또한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물량 중 미달이 날 경우 최대 5%까지 추가 배정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렇게 배정한 물량 중 절반 이상은 균등배정 방식을 사용해요. 다음달 초 청약을 앞둔 피엔에이치테크, 나노씨엠에스, 네오이뮨텍도 마찬가지에요.
☞관련공시: 오로스테크놀로지 1월 18일 증권신고서(지분증권)
# 복수청약금지제도, 올해 상반기 중 실시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공모주 청약제도에서 하나 더 바뀌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증권사 복수청약금지.
가령 현재는 A기업의 공모주 청약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여러 곳 있을 경우 여러 곳 증권사의 계좌를 다 만들어서 복수로 청약할 수 있는데요. 한 사람이 복수계좌로 청약을 할 수 있다 보니 돈이 많을수록 공모주를 많이 받는 결과가 발생.
금융당국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투자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별도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중복청약을 금지한다고 밝혔어요. 복수청약금지제도가 들어오면 오직 한 곳의 증권사에서만 공모주 청약을 할 수 있어요.
다만 이 제도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중 시행령을 개정해 적용하겠다는 계획이에요.
줍줍 추가사항: 기사본문의 표 [공모주청약 제도 개선 이후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비교]에 표기한 나노씨엠에스와 네오이뮨텍의 청약일정이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변경되었어요. 나노씨엠에스의 청약일은 2월 25~26일, 네오이뮨텍의 청약일은 3월 4일~5일로 바뀌었다는 점 꼭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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