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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파운드리 호황인데...'총수 부재' 삼성전자 '골든타임' 놓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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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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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ASML CTO,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피터 버닝크(Peter Wennink) ASML CEO / 사진 =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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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달려가던 삼성이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며 휘청이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으로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의 대규모 투자가 절실한 상황에 총수 부재로 멈춰선 삼성전자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반도체 업계는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으로 '슈퍼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파운드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도 크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슥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전자기기 판매가 급증하며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면서 파운드리 시장은 현재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전기차 감산에 나설 정도고, 애플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공룡들이 자체 칩 제작에 나서면서 파운드리 몸값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현재 이런 파운드리 업계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쌍두마차를 이루고 있다. 두 회사는 5나노 이하 미세 공정으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세계 '유이'한 기업이다. 하지만 글로벌 점유율면에선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TSMC가 55.6%, 삼성전자가 16.4%로 격차가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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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일 경기 평택에 위치한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하며 2021년 신축년 첫 현장경영에 나섰다.  / 사진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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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와 삼성전자는 5나노미터 이하 초미세화 공정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TSMC는 올해 30조원에 달하는 설비투자를 집행할 것이라 예고하며 이 중 80%를 초미세화 선단공정에 투입할 것이라 밝혔다. 역대급 투자를 통해 초미세 선단 공정에서 추격에 나선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올해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 시설투자 규모를 12조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의 2배에 달하지만 TSMC의 절반에도 못 미처 '쩐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감한 투자 확대가 필요한 시점에 삼성이 총수의 부재로 올해 파운드리 사업의 분수령이 될 시기를 흘려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상황에도 유럽 출장을 강행, 네덜란드 ASML를 직접 찾아 반도체 미세공정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확보하는 등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구속 판결로 인해 이런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장기적인 대규모 전략 투자가 필요한 파운드리 산업 특성상 총수의 의지 없이는 성장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날 이 부회장의 실형이 선고되자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입장문을 통해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가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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