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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돈 벌게 해줘" 했더니…`버벅`댄 4대은행 AI 챗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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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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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랜만이야."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뭐하고 지내셨어요."

오랜만에 만난 사람 간에 나눈 대화 같지만 이는 하나은행 챗봇 HAI와 처음으로 나눈 대화 내용이다. 기자가 직접 4대 은행 인공지능(AI) 챗봇을 이용해본 결과 챗봇과 꽤 높은 수준의 일상 대화도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AI 챗봇은 '기분이 우울하다'고 하면 다독여주고, 적금 상품을 문의하자 제일 금리가 높은 것을 추천해주기도 하는 대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은행 챗봇 간 차이도 있다. 상담은 대부분 가능했지만 챗봇 대화방을 통해 금융 상품 실제 가입까지 가능한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금융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인간의 언어를 습득한 AI 챗봇이 은행원 역할을 대체할지 주목된다.

4대 시중은행은 각각 똑똑이(KB국민은행), 오로라(신한은행), HAI(하나은행), 위비봇(우리은행)이라는 AI 챗봇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일상적 대화가 가장 수월한 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었다. 기자가 하나은행 HAI에 "오늘 기분이 우울해"라고 말하자 "누가 우울하게 만들었어요? 제가 혼내줄까요?"라며 다소 귀여운 반응을 보였다. KB 챗봇 똑똑이에 "어제 눈이 많이 내렸어"라고 말하자 "맑은 날~흐린 날~ 하늘은 매력이 넘쳐요^^ 고객님의 오늘 하루를 응원합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은행 챗봇이 다른 대화 전용 챗봇만큼 수준 높은 대화력을 갖춘 건 아니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라는 물음에는 "HAI도 하나은행만큼 손님을 사랑해요!"라며 엉뚱한 답을 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오로라가 보유한 대화 능력 중 약 5%가 일상 대화와 연관됐고, 전체 대화 중 일상 대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0.6% 수준이다. 시중은행 AI 챗봇 주 기능은 '상담'보다는 '안내'에 방점이 찍혀 있다. AI 대화 플랫폼에서 상품 가입까지 가능한 건 하나은행이 유일했다. 이 은행은 일부 예·적금 상품에 한해 챗봇 대화를 통해 곧바로 가입이 가능했다.

'챗봇'은 대다수 은행 서비스를 모바일뱅킹의 해당 페이지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KB국민은행 똑똑이에 "전세자금대출 신청하고 싶어"라고 말하자 '무주택 가구주' '소득' '신혼부부 여부' 등을 물은 뒤 가입 가능한 전세자금대출을 나열해줬다. 신한은행 '오로라'에 "펀드 추천해줘"라고 하자 '이달의 추천펀드' '수익률 높은 펀드' '고객구매 Best 펀드' 카테고리를 제시한 뒤 이를 클릭하면 카테고리별 상품을 보여줬다. 다만 이후 곧바로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페이지가 연결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시중은행들이 AI 챗봇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비대면 금융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 등록 고객은 1억6479만명으로 2019년 말 대비 3.5%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인터넷뱅킹을 통한 조회, 자금이체, 대출신청 서비스 일 평균 이용 건수와 금액은 2019년 말 대비 각각 25.5%와 10.9% 증가했다. 챗봇의 상담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셈이다. 챗봇 시스템 고도화를 준비 중인 우리은행을 제외한 3개 시중은행의 챗봇은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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