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작가. /조선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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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원로 언론인인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는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에도 임금님이 아닌 대통령으로 돌아오길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잡초, 즉 적폐를 다 없애겠다고 해서 우리에게 후련함에 대한 기대를 줬다. 그런데 정작 자기 앞마당 무성한 잡초는 건들지도 않는 형국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홍세화는 이날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문 대통령이 “왜 대통령이 되었는지, 왜 집권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고 밝혔다. 홍세화는 최근 한 진보 신문에 문 대통령을 ‘임금님’이라고 빗댄 글을 썼다가 “파리에 가서 다시 택시나 운전하라”는 등의 악플과 비난에 시달렸다.
홍세화는 “현재 상황이 어떤가. 부동산에 코로나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재난이 약한 고리부터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는데 집권여당 대표라는 인물이 꺼내는 얘기는 고작 사면이었다”며 “얼마나 정치공학에만 물들어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재판도 다 안 끝났는데, 사면 얘기를 꺼낼 타이밍이 아니었다”며 “대통령과 상의됐는지 안 됐는지는 모를 일이고 관심 사항도 아니다”고 했다.
1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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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같은 문재인 정부의 구호와 관련해서는 “내용은 없고 수사(꾸미고 다음어진 말)만 있는 정부”라고 지적했다. 홍세화는 “처음에 촛불정신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길 모두 기대했다”며 “그런데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최저임금 문제에 봉착했다. 산입 범위를 확장하면서 사실상 논의를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상승 폭도 거의 없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후 조국 사태를 보면서 이들이 내걸었던 윤리적 우월성이라는 것이 토대가 없다는 게 밝혀졌다. 적어도 수구세력과는 다를 거라 믿었는데 그게 전혀 안 보였던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은 집값을 잡는다고 장담했는데, 지금 거의 파탄이 났다. 그렇다면 당연히 왜 이렇게 됐는지, 어떤 변수를 못 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얘기가 있어야 한다”며 “이건 정치 지도자로서의 책임윤리다. 매우 당연한 일인데 그런 게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법도 마찬가지다. 안전 문제 때문에 눈물 흘리는 국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 놓고 어떻게 이렇게 모른 척할 수 있나. 이 점에서 대통령이 아니라 임금님 같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정책 결정과 입법 과정은 사전에 여론 수렴과 전문가 논의 등을 충분히 거쳐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임대사업자협회 추인위원회 등 부동산 관련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임대차 3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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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는 “참여정부 시절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경우 대통령이 펼치는 정책이 팬덤에 작용했다”며 “지금 문 대통령에 대해선 그런 게 없다. 지금은 그냥 좋은 인상이나 화려한 수사에 대한 단순한 호오 감정이 작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감정에 빠지게 되면 옳고 그름, 진실과 허위를 분간하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이게 문제의 핵심이다. 팬덤의 ‘덤’은 집단이란 뜻이잖나. 무리가 형성되기 때문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이렇게 주변에 많은데 내가 틀리겠어?’라고 생각하며 생각의 수정 또한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이 민주주의 발전에 엄청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년전 노무현 대통령 시절과 부동산 시장 상황이 비슷해 대응 정책도 거의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3월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신임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접견실로 가는 모습./조선일보 DB |
홍세화는 또 “한겨레신문에서 창간 후 30여 년간 인물 뒤에 ‘씨’를 붙이기로 정해 왔다.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하기 위함이었다. 노사모에선 영부인을 권양숙씨라고 칭해도 한 번도 뭐라 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김정숙씨’라고 했다가 난리가 나지 않았나. 지금의 팬덤 현상을 설명하는 작지만 상징적인 예다. 민주주의가 성숙이 아닌 퇴행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박범계 법무장관 후보자, 추미애 장관, 조국 전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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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조국 전 장관 부부가 자녀를 위해 일종의 ‘기회 사재기’를 한 데 대해 어떻게 우리 사회가 이렇게 폭넓게 용인을 하나 싶었다”며 “어용 지식인들과 미디어 장사꾼들이 그런 분위기를 조성한 면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부부를 얼마나 괴롭혔는지는 전달하면서, 상대적으로 노동자들의 서사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감정이입이 아래쪽보다 위로 더 잘되는 듯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과 관련 “또 하나의 권력기구를 만든 데 대해 우려스럽다. 앞으로 좀 더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
그는 오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면서도 “당선인이 민주당 후보는 아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위성정당을 출범시켜 비례대표 후보들을 당선시킨 것도 그렇고, 이번 서울시장 선거도 사실상 후보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룰을 바꾼 것 아닌가. 지키지 않을 거라면 왜 약속을 하고 공약을 내는가”라고 했다. 이어 그는 “기왕이면 국민의힘도 안 됐으면 한다”며 “안철수 대표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누굴 지지하고 누굴 지지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누구도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지금의 상황이 참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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