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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신입사원 안 뽑아? 그럼 내가 차려” 코로나 창업 나서는 英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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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자에 건강 간식 배달

'집콕' 커플 위한 데이트 박스

BBC “코로나 이후 창업 약 50% 성장”

영국 청년 소니 드링크워터(23)씨는 독일 최대 에너지 기업 RWE, 고급 피트니스복 브랜드 룰루레몬 등 대기업을 고객으로 둔 어엿한 ‘사장’이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에게 단백질 바, 아사이베리 쿠키같은 건강 간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업을 시작한 지난 7월, 한 달 동안 단 2박스를 파는데 그친 소니의 회사는 이번 달에만 2000박스 넘는 판매고를 올린 회사로 성장했다. 소니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배달하는 건 단순한 감자칩이 아니라 건강한 식습관"이라며 “재택근무 기간 동안 직원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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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취업문이 막히자 자기 사업에 도전한 영국 청년 소니 드링크워터(22)씨.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에게 단백질 바, 아사이베리 쿠키같은 각종 건강 간식을 배달해주는 회사 '스낵서스(Snackcess)'를 창업했다. /소니 드링크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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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반년 전만 해도 브리스톨대 학생이었던 소니가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건 다름 아닌 코로나 때문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지난 상반기 소니는 구글,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등에 지원했지만 취업하지 못했다. 소니는 “코로나로 인해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축소하면서 회사에 들어갈 기회가 적었다"며 "졸업을 앞둔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코로나 재택근무자들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해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코로나를 기회로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한 젊은 청년들은 틱톡이나 인스타그램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품을 알리고 온라인을 유통 창구로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BBC는 지난 6일 영국 기업가정신 재단(Centre for Entrepreneurs)을 인용해 “올해 6월 한 달 동안 영국에서 7만7000개의 새로운 기업이 등장해 전년 동기 대비 약 50%의 성장률을 보였고, 7월에는 이보다 더 많은 8만1000여개의 기업이 새로 등록됐다”며 “코로나로 인해 전보다 더 적은 취업 기회를 갖게 된 졸업생들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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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학생 캐롤라인 헤게만이 창업한 커플을 위한 데이트 박스. 매달 집으로 배달되는 상자에는 각종 간식과 즐길거리가 담겨있다. /박스42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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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명문 임페리얼칼리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캐롤라인 헤게만(25)씨도 코로나를 계기로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7월, 집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집콕’ 커플들을 위한 서비스 ‘박스포투(Box42)’를 내놨다. 매달 새로운 테마의 데이트 도구를 월 33파운드(약 4만8900원)에 집으로 보내준다. 10월의 테마는 놀이공원이다. 캐롤라인은 “페이스페인팅 도구부터 저글링, 장난감 볼링 게임 세트와 2코스 짜리 저녁 메뉴 레시피를 함께 제공한다"며 “매일같이 똑같은 데이트에 지루해진 커플들에게 한 달에 한 번 신선한 재미를 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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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봉쇄 기간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캐롤라인 헤게만(왼쪽)씨. 캐롤라인은 코로나로 인해 '집콕'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을 위한 데이트 박스를 출시했다. /캐롤라인 헤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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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은 코로나 봉쇄 기간 이같은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그는 “남자친구와 집에서 데이트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소한 일로도 말다툼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학교와 실험실도 문을 닫아 남는 시간에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에 주력하며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코로나 상황을 이용한 사업 아이템이 지속적이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이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소니는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놨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재택근무가 메인이 될 것"이라며 “게다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웰빙과 건강한 식습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또한 “지난 8월 런던에서 봉쇄가 풀렸지만 우리의 데이트 박스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데이트 박스를 활용한 집 데이트는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저렴하고, 안전하고, 색다르기 때문에 코로나와 상관없이 지속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청년 창업가들은 코로나라는 위기상황 속에서도 기회는 충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캐롤라인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인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어쩌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나도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지금 이 시기에 창업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희망은 있다(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그 희망을 찾는 사람이 누가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니도 “일단 뭔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그걸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하나씩 차분하게 해 나가다 보면 현실이 돼 있을 것"이라며 "눈사람 굴리기와 같다. 일단 자신의 아이디어를 굴리기 시작하면 점점 더 커지면서 결국 눈사람이 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을 것. 오늘이라도 일단 해봐라(Just do it)”라고 말했다.

[런던=이해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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