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IT여담] 우버는 영리한 도전을 선택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왜 SK텔레콤인가"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우버가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물론 우버가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적은 없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라는 표현에는 어폐가 있으나, 지금까지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우버가 보여주던 미비한 존재감에 비하면 분명 의미있는 움직임들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이코노믹리뷰

만약 우버가 토종 시장을 죽이는 황소개구리라는 프레임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우버는 SK텔레콤의 손을 잡고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우버 잔혹사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는 2014년 영업용 택시가 아닌 일반 자가용 운전자가 우버 드라이버로 등록한 후 손님을 받는 우버엑스의 국내 진출을 타진했습니다.

시민들은 환호했습니다. 그동안 일부 택시기사들의 불친절함, 특히 여성 승객에 대한 질낮은 서비스에 질려있던 이들은 우버의 기준을 따르는 우버엑스의 등장에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의 반발은 상당했습니다. 지난 2015년 2월4일 우버가 서울 용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서울택시운송조합과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회원들은 우버의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시위를 벌이며 거칠게 반발했고, 이어 수 차례 집회를 열어 우버엑스의 등장을 막으려는 실력행사에 돌입했습니다.

우버는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시작부터 택시에 대항하기 위해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히던 트래비스 칼라닉은 지극히 로비의 천국 미국식 방식을 택했습니다. 택시기사들의 반발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백악관 수석 고문으로 일한 데이비드 플루프 우버 정책 전략 담당 수석 부사장을 한국에 보냈기 때문입니다. 은근한 압박과 양국의 역학관계를 고려한 로비입니다.

결론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이후 우버는 국내서 우버엑스를 접었고 택시업계와 함께 우버 어시스턴트 등 부가 서비스로만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한 때 우버이츠를 출시하기도 했으나 배달의민족 등 토종 배달앱 플레이어들의 공세에 힘을 쓰지 못해 역시 사업을 정리한 바 있습니다.

우버가 반 정도 떠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이후 혼돈속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카풀 플랫폼이 등장했으나 글로벌 기업 우버를 몰아낸 영광스러운(?) 추억을 공유한 택시업계는 스타트업에 불과한(?) 카풀 플랫폼들을 연이어 K.O시켰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정한 대기업 집단인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도 사실상 굴복시켰습니다.

심지어 미스터 쓴소리로 잘 알려진 풍운아 이재웅 대표가 이끌던 쏘카 VCNC의 타다 베이직도 올해 상반기 끝내 역사속으로 날려버리는데 일조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택시업계는 무작정 모빌리티 시대의 트렌드를 무작정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그리고 철저하게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행정부와 국회는 택시업계의 바램을 충실히 이행하는데 협조했습니다.

이코노믹리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시, 우버

우버 쇼크 후 한동안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우버의 존재감은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우버 CEO는 트래비스 칼라닉에서 다라 코스로샤히로 변했으나, 국내 일각에서는 우버가 굳이 한국 시장에 큰 공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습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올해 초 CES 2020 현장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협력해 SA-1이라는 도심항공 모빌리티에 대한 꿈을 꾸며 강렬한 존재감을 알렸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부과적 영역으로만 알려지던 우버에어의 큰 꿈이 글로벌 5대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와 만나는 순간입니다.

다만 이때만 해도 우버가 국내서 땅 위를 달리는 직접적인 모빌리티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타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시는 국내서 플랫폼 택시와 관련된 논란이 한창인 시기였고, 택시업계로부터 한 번 뜨거운 맛을 본 우버가 직접적인 액션플랜을 보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올해 초 다라 CEO와 같은 익스피디아 출신 우버 코리아의 수장이 에어비앤비로 이직하며 이러한 전망은 더욱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정중동의 분위기가 극적으로 달라진 것은 최근 우버가 국내 가맹택시 사업에 본격적인 진출 의지를 다지며 시작됐습니다. 플랫폼 택시 법제화 및 가맹택시 전략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며 법적 리스크가 사라졌고, 택시업계도 모빌리티 업계와의 밀착이 강해진 상태에서 드디어 해볼만 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여세를 몰아 16일, 우버는 SK텔레콤과 만납니다. SK텔레콤이 15일 티맵 사업부를 분사해 모빌리티 자회사 티맵모빌리티 설립에 나선 가운데 우버가 해당 자회사에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버는 조인트벤처에 1억달러(약 1150억원) 이상을, SK텔레콤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에는 약 5000만달러(약 575억원)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버의 총 투자 금액은 1억5000만 달러(약 1725억 원)를 상회합니다.

넬슨 차이(Nelson Chai) 우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은 우버가 가장 먼저 진출한 국가 중 하나로, SK텔레콤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시장 잠재력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모빌리티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승객 및 드라이버 모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우버의 도전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이코노믹리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버가 바라는 것

우버의 새로운 도전은 2014년의 도전과는 다릅니다. 현재 국내 모빌리티 지형은 일정정도 구비된 상태며, 무엇보다 우버는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충실하게 높인 분위기입니다. 예전처럼 어설픈 로비에 나서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핵심 파트너로 SK텔레콤을 택한 지점이 눈길을 끕니다. 왜 SK텔레콤의 티맵일까요.

SK텔레콤은 물론 SK그룹 전체는 모빌리티에 관심이 많습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가 국내서 처음 등장하며 첫 파트너로 카카오를 택했을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사내 구성원들에게 진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으며, 올해 초 CES 2020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C 등 핵심 계열사들이 아예 모빌리티에 대한 청사진을 공격적으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국내외 모빌리티 업체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도 단행된 상태입니다. 당장 동남아 모빌리티 플랫폼의 맹주 그랩부터 국내의 쏘카, 피유엠피의 씽씽 등 그 외연이 상당히 넓습니다.

그 중심에서 SK텔레콤의 티맵을 중심으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티맵의 점유율은 60%를 넘겼으나 유의미한 매출을 창출하지 못했고, 택시기사들을 규합한 티맵택시도 카카오모빌리티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우버 입장에서 국내의 다양한 리스크가 해소된 상태에서 간절하게 모빌리티 시장을 바라보고 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한 대기업은, 당연히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5G 인프라가 탄탄히 구축된 국내에서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할 경우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훌륭한 테스트 베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을 추구하면서, 심지어 통신사인 SK텔레콤이라니.

우버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파트너는 없습니다. 올해 초부터 업계에서 양사의 협력 가능성이 점쳐진 이유기도 합니다.

나아가 현재의 모빌리티 시장이 단순히 택시 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내비게이션 및 주차 등 다양한 파생 서비스를 아우르는 한편 관련 데이터의 확보에 집중하는 장면도 눈길을 끕니다. SK텔레콤이 마음만 먹는다면 가볍게 해낼 수 있는 일이며, 심지어 SK는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 미래차의 하드웨어 경쟁력과 웨이브라는 OTT 경쟁력도 동원할 수 있습니다.

미래차의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찍어내면서 5G 인프라까지 동원하며 강력한 인포메이션 전략을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이 SK텔레콤의 저력입니다. 당연히 우버는 이를 활용해 파생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모빌리티 실험에 나서며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코노믹리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K가 바라는 것

우버와의 협력으로 SK텔레콤은 물론 SK는 간절히 원하던 모빌리티 시장 진출의 마중물을 얻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제조가 아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최고의 노하우를 가진 우버와 만나 플랫폼 운용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현대차가 우버와 협력할 당시 업계에서는 플랫폼 운용 능력이 없는 현대차가 우버의 제조 하청업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으나, 이번 SK텔레콤과 우버의 협력은 이와 결이 다릅니다.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통해 몸을 합치는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SK가 그리는 모빌리티의 큰 그림을 더욱 공격적으로 펼칠 수 있는 포석도 마련됩니다. 바로 플라잉카. 즉 도심항공입니다.

SK텔레콤이 우버와의 협력을 발표하며 나온 박정호 사장의 발언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글로벌 최고 기업인 우버와 함께 고객들이 이동에서 발생하는 비용 ㆍ 시간을 행복한 삶을 누릴 시간으로 바꾸고, 어떤 이동 수단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역량을 가진 기업들과 초협력을 통해 교통 난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플라잉카’로 서울-경기권을 30분 내 이동하는 시대를 앞당기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SK텔레콤이 당장 모빌리티 전략을 추구하며 땅이 아닌 하늘에 전사적인 집중을 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러나 우버는 호주와 미국 등에서 우버에어를 공격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입체적인 모빌리티 전략을 구사하는 중입니다. 현대차와의 협력 연장선입니다.

당연히 여기에 SK텔레콤도 한 발 내딛을 포석이 생겼습니다. 우버와의 협력이 SK텔레콤이 그리는 전방위적 모빌리티 전략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완전체 모빌리티 기업의 등장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물론 SK텔레콤이 과거 넷플릭스와 협력한 LG유플러스, KT처럼 외산 기업을 끌어들여 국내 시장을 고사시킨다는 프레임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성보다 주변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서 독자와 함께 고민합니다.

최진홍 기자

-Copyright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