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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지자체장·의원 다주택 팔라" 사유재산 침해·시장왜곡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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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다주택 현황 전수조사에 나섰다. 당 윤리감찰단은 전국 시도당에 이들의 다주택 현황과 처분계획 등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정부가 2급 이상 고위직 공직자에게 다주택 처분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도 국회의원에 이어 지자체와 지방의회로 다주택 매각 조치를 확대한 것이다.

여당이 다주택 처분 압박수위를 높여 당내 기강을 다잡고 부동산 정책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중앙당의 강력한 잣대를 지방에까지 적용하는 데 대해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주택 전수조사가 2022년 지방 선거 공천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보니 이들이 느끼는 압박도 상당할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지난 8월 발표에 따르면 백군기 용인시장이 14채, 서철모 화성시장이 9채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투기 목적으로 여러 채를 소유하고 있을 경우 매각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노부모 봉양, 주말 부부 등 다주택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을 수 있다. 이들 중 정부가 권장한 등록 임대사업자나 일시적 2주택자도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일률적으로 '1가구 1주택'이라는 원칙을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현재 광역·기초단체장(243명)과 광역·기초의원(3750명)은 3993명에 달한다. 이들 중 여당 소속 다주택자들이 지방 주택부터 정리할 경우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시장왜곡이 벌어질 수도 있다. 청와대 참모들도 다주택 매각 권고에 지방 주택부터 팔고 서울의 '똘똘한 한 채'를 남겨 비판을 받지 않았나.

정부는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을 집값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그 프레임만으로 집값 상승을 설명할 수는 없다. 집값이 올라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고 해서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이 소속의원들에게 이유 불문하고 주택 매각을 압박하는 것은 지나치다.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은 놔두고 "다주택을 팔라"고 윽박지르기만 해서는 주택시장을 정상화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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