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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요즘 겨드랑이 체온계 누가 쓴다고… 15억원 예산 들여 무작정 뿌린 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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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지 체온 체크 캠페인” 구청장 지시, 수요조사 없이 배포

서울 은평구 주민 이모(45)씨는 최근 구청에서 보낸 겨드랑이 체온계를 택배로 받았다. “모든 가족의 체온을 체크하는 1일 1체크 캠페인을 시작한다”며 동봉한 구청장 명의의 안내문도 들어 있었다. 초등생 둘을 키우는 이씨는 “비접촉식 체온계가 하나 있는 데다 가족이 돌려 쓰기엔 위생상 문제도 있어 상자째 그대로 두고 있다”며 “이게 무슨 돈 낭비냐”고 했다.

조선일보

은평구가 최근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이라며 모든 가구에 체온계를 보내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별도 수요 조사도 없이 무작정 배포부터 나서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구민은 “이미 체온계가 있는데 왜 체온계를 또 주나. 차라리 마스크가 낫다” “생색내기용 물품 말고 필요한 곳에 돈을 쓰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은평구에는 약 21만 가구가 있다. 구는 체온계를 개당 5900~9000원에 구매해 예산 15억5000만원을 썼다. 해당 사업은 지난 5월 김미경 은평구청장의 지시로 시작됐다. 이어 지난 7월 체온계 구매를 위해 예비비 26억4000만원이 잡혔다. 구 관계자는 25일 “코로나 감염이 가족 간에 확산하던 때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예방하자는 취지로 체온계 배포를 시작했다”며 “시간이 촉박해 체온계 보유 여부를 조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기열 은평구의회(국민의힘) 의원은 “체온계 구매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쟁 입찰로 구매하지 않아 시중가보다 비싸게 구매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구 관계자는 “단기간 물량 확보가 가능한 업체 6곳 중 최저가를 제시한 3곳을 선정했다”며 “시장 최저가보다 200~1000원 정도 낮은 가격”이라고 밝혔다.

체온계 배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구민들도 있다. 한 유튜브 채널은 ‘은평구의 무료 체온계 리뷰’라며 받은 체온계를 소개하고 “이 시기에 무료로 받아 좋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 체온계 사진과 함께 “감동적”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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