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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빈자의 등불’ 뉴질랜드 神父, 우리 국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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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54년 봉사한 안광훈 신부, 특별공로자 국적 증서 받아

조선일보

50여 년간 한국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해온 뉴질랜드 국적 안광훈(78·브레넌 로버트 존) 신부가 24일 정식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법무부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수여식을 열고 안 신부에게 특별공로자 국적증서를 수여했다. 안 신부는 “20대 청년으로 한국에서 광훈(光薰)이라는 이름을 받은 지 54년 만에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며 “한국은 제2의 고향이 아닌 고향 그 자체이며 이방인이 아닌 ‘온전한 한국인’으로 살게 돼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 신부는 1966년 원주교구 주임신부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후 줄곧 ‘빈자(貧者)의 등불’로 살아왔다. 그는 1969년 강원도 정선의 본당 주임으로 부임해 가난한 농민들이 돈이 없어 치료와 교육을 받지 못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저소득층 대출을 위해 그가 주민들과 함께 한 계좌당 100원씩 모아 1972년 설립한 정선신용조합은 지금 수백억원을 보유한 대규모 조합이 됐다.

1975년에는 정선 주민들을 위해 성 프란치스코 의원을 건립, 주민들이 저렴한 병원비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 1988년 서울 목동성당 주임신부 시절, 88올림픽을 준비하던 정부가 목동 신시가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안양천변에 모여 살던 빈민들을 쫓아냈을 땐 기꺼이 철거민들에게 성당 본당 건물을 내줬다.

1992년 그는 서울 강북구 미아6동 달동네에 들어가 전셋방을 얻어 살며 빈민들과 함께 생활했다. 1999년에는 주민자치와 협동공동체 마을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솔뫼협동조합’을 설립해 저소득 주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IMF 시기에는 ‘서울북부실업자 사업단강북지부’ 대표로 활동하며 실업자가 된 이들과 함께했다. 2016년에는 삼양주민연대를 만들어 소외된 이웃의 경제적 자립을 도왔다.

2014년 인권 및 봉사 분야 ‘아산상 대상’을 수상한 그는 평소 이 원칙을 강조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회는 필요 없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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