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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보조출연 관리자 집단 성폭력 사건’ 16년... 2차 가해 수사관 책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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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24일 오전 경기 광명경찰서 앞에서 ‘보조출연 관리자 집단 성폭력 사건’ 가해 경찰 해임·처벌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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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보조출연 관리자들이 한 보조출연 배우에게 집단 성폭력을 가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현직 경찰관을 처벌해 달라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피해자는 경찰 조사 후인 지난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에게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권유했던 동생 역시 그로부터 6일 후 숨졌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는 24일 오전 경기 광명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조사 당시 피해자에게 ‘이런 건 사건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강제로 합의서에 지장을 찍게 하는 등 피해자를 모욕한 경찰관 중 한 명인 A씨가 광명경찰서에서 아직도 근무하고 있다”며 “회복되고 치유돼 얼마든지 생을 살아갈 수 있었던 피해자가 국가와 경찰, 방송사 등이 책임을 방기하는 과정에서 죽음에 이른 것에 책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를 잡은 피해자의 어머니 장연록씨는 발언을 시작하지 못하고 울음을 삼켰다. 장씨는 “성폭행 당했다고 다 죽지 않는다”며 “경찰이 제대로 수사만 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씨는 “숨 쉬는 동안 우리 딸들의 유언을 지키려 한다. 죄송하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한빛센터는 지난 4월 A씨가 장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A씨는 근무지인 경기 광명시 한 지구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장씨를 잡아 끌고가 “진작 니 X을 죽였어야 했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빛센터는 주장했다. 장씨는 A씨를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6월 검찰에 송치돼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에서 수사 중이다.

앞서 피해자는 2004년 여름 보조출연 노동을 하다 보조출연 관리자들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성폭력을 당했다. 그는 용기를 내 경찰에 가해자들을 고소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조사 과정에서 경찰관으로부터 ‘가해자들의 성기 크기, 색깔 등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라’, ‘아가씨가 12명이랑 잔 아가씨야?’와 같은 말을 들었다고 장씨는 주장했다. 성폭력 사건에 친고죄가 적용되던 2006년 당시 강제로 합의서에 지장을 찍게 해 수사를 종결시켰다고도 장씨는 주장했다. 고통을 겪던 피해자가 2009년 숨진 뒤 보조출연 노동을 소개했던 동생도 목숨을 끊었다. 피해자의 아버지 역시 잇따른 자녀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뇌출혈로 사망했다.

장씨는 이후 ‘장연록’이란 유튜브 채널을 열고 딸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2018년에는 사건을 재조사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고, 20만명이 동참했다. 여론에 밀린 경찰이 진상조사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재수사에는 착수하지 않았다.

한빛센터는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이 넘는 시민이 호응해 이뤄진 경찰 진상조사는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는다”며 “경찰은 조사관이 저지른 심각한 인권침해 및 폭력행위에 대해 어떠한 입장이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광명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관이 현재 광명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두 자매의 어머니 장연록씨는 광명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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