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의 한 음식점에 포장할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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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자영업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매장 방문 손님은 줄고 배달 비중이 높아졌는데, 배달 수수료가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역시 배달수수료 상승으로 평소보다 비싼 돈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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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배달업체 안쓰고 싶어"...소비자 "차라리 방문포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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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접촉을 줄이려는 배달 주문이 늘고 정부방침에 따라 저녁 9시 이후로는 포장과 배달만 허용되자 배달업체 서비스 이용률이 급증했다. 자영업자들은 모든 주문을 직접 배달할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배달업체를 이용하고 있지만 수수료 부담이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배달 서비스를 중단했다"면서 "직접 배달이든 배달업체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간에 배달업체 서비스를 이용하면 평소보다 수수료가 높아지는데 오롯이 우리가 부담한다"며 "마진도 크지 않은데 수수료만 높아져 배달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했다. 배달 수수료는 기본요금에 거리에 따라 금액이 추가되고 야간 혹은 우천 시에는 할증이 붙는 구조다.
배달 서비스 자료사진/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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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B씨는 "배달업체를 통해 커피 배달을 하고 있는데 한잔 팔아 4000~5000원 정도를 받으면 3000~4000원 정도가 배달 수수료로 나간다"며 "남는 게 정말 얼마 없다"고 말했다.
B씨는 배달업체와의 계약을 해제하고 테이크아웃 시 할인해주는 방안을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한두잔 팔면서 배달업체에 수수료를 지불하느니 자체 할인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배달 수수료 부담이 계속되다보니 자영업자들은 배달업체 어플리케이션 이용 주문 시에는 가격을 더 비싸게 책정하기도 한다. 전화 주문이나 방문 포장 시보다 비싼 가격을 받아 배달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하려는 것이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배달보다는 차라리 방문 포장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까지 배달업체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최모(30)씨는 "나가기 힘든 야간에는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최근 들어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면서 "대신 조금 걸어가서 방문 포장을 해오면 가격도 저렴하고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배달업체와 자영업자들이 서로 가격을 계속 올린다면 앞으로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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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업체 "거리두기 심해진다고 수수료 인상 계획 없어"..."일부 배달대행업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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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부담 호소에 배달업체들은 앞으로 수수료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달업체들도 배달원(라이더)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더가 부족해 배달이 늦어지거나 지연되면 주문을 취소하는 사례가 반복된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배달업체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각각 배민라이더스와 요기요플러스라는 자체 배달대행업체를 운영 중이다. 두 업체는 모두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에 따른 수수료 인상은 계획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요기요플러스는 지난달 29일부터 배달비용을 6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렸지만 100% 요기요 측에서 부담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자료사진/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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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배달업체를 제외한 일부 배달대행업체들은 코로나19 재확산을 계기로 수수료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달대행업계 1위인 생각대로는 지난달 10일 강남 지역에 이어 거리두기 2.5단계 적용 이후인 29일에는 강북 지역의 배달 수수료를 각각 올렸다. 또 1일부터 동대문지사의 기본 수수료가 44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고, 송파지사와 서초지사도 같은 날 기본 수수료가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배달하는 라이더 수가 부족해지자 수수료를 올려 라이더들에게 보수를 더 지급해 붙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생각대로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업계에서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직후인 지난달 29~30일 주문 건수는 전주(22~23일) 대비 8.8%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더 충원도 힘든 모습이다.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의 경우 지난주 5000여 명의 라이더 채용공고를 냈지만 현재까지 지원자는 10분의 1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근길에 종종 배달업체를 이용했다는 박모(29)씨는 "자영업자들과 배달업체 모두 힘든 건 알겠지만 이렇게 무분별하게 가격이 책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정부가 가게 영업을 금지하고 포장·배달만 하도록 하기에 앞서 관련 제도 정비가 있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엔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돌려질까봐 걱정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배달업체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현 기자 goro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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