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ICC의 정치적 결정으로 새로운 반유대주의"…
네덜란드·아일랜드 "ICC 결정 지지, 네타냐후 오면 체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사진=민경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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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미국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한 가운데 유럽의 일부 국가는 ICC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21일(현지시간) CNN·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ICC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터무니없는 새로운 반유대주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차별적인 기구인 ICC의 터무니없고 거짓된 행동과 비난을 완전히 거부한다"며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제거를 위한 가자지구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할 때 설정한 목표를 모두 달성할 때까지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으며,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CC는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에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모하메드 디아브 이브라힘 알-마스리 하마스 지도자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됐다. ICC는 이들에 대해 "살인, 학살, 고문, 강간 등 반인도주의적 범죄 등을 저지른 합리적인 근거를 발견했다"며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선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식량, 물, 의약품, 연료와 전기 등을 의도적이고 고의로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오랜 동맹인 미국도 ICC의 체포영장 발부를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이스라엘 고위 관리에 대한 ICC의 체포영장 발부 결정을 근본적으로 거부한다"며 "우리는 검찰이 서둘러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과 이 결정을 끌어낸 (ICC의) 절차상 오류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파트너들과 해당 문제에 대한 다음 단계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사진=정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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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대표는 "ICC의 결정은 모든 EU 회원국을 포함한 로마 규정 당사국에 구속력이 있다"며 ICC 회원국이 ICC의 체포영장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로마 규정은 2002년 124개국이 서명한 ICC 설립조약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은 서명하지 않았다.
로마 규정에 서명한 ICC 회원국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는 ICC의 결정 지지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장관이 자국에 입국하면 체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을 체포할 것이다. 이는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이탈리아가 ICC 회원국으로서 법원의 영장에 따라 행동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ICC를 지지하지만, (ICC는) 정치적 역할이 아닌 법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응 방안을 동맹국과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네덜란드는 ICC의 체포영장을 준수하겠다고 밝히며 카스파르 펠드캄프 외교부 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을 연기했다. 아일랜드의 사이먼 해리스 총리도 "아일랜드는 ICC의 역할을 존중한다. 그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이제 긴급하게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 총리실은 ICC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면서도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과 테러 조직인 하마스 및 레바논 헤즈볼라 사이에는 도덕적인 동등성이 없다"고 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ICC의 법규를 따를 거란 원칙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네타냐후 총리가 프랑스에 올 경우 체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법적으로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오늘 언급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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