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에겐 "실명 언급말라" 충고하는 당돌함도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올해 3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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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물을 공유한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이 공범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성착취물을 브랜드화 하려고 했다”며 범행 목적과 수법을 거리낌 없이 밝혔다. 검사의 질문이 적절하지 않다며 당돌하게 지적하는가 하면 “범죄자 입장에서 소신껏 말하겠다”는 등 당당한 태도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 조성필)는 1일 아동ㆍ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한모(27)씨 공판에서 조씨를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한씨 측은 앞선 공판에서 “한씨의 혐의를 밝히려면 조씨를 증인으로 불러 범행 전반에 대해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6월 다른 공범들과 함께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그동안 박사방 재판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증인신문을 비공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날은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공개 진행돼 조씨의 증언이 생생하게 공개됐다.
법정에 나온 조씨는 "‘부따’ 강훈, 남경읍, (손석희 JTBC 사장과 윤장현 전 광주시장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김모씨와 이모씨 정도만 공범으로 생각한다"고 콕 집어서 말했다. 한씨 등 그 외 가담자들에 대해서는 “공범이라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애착을 가진 적도 없다”고 했다.
“공범은 ‘부따’ 강훈 등 4명… 그 외엔 애착 가진 적도 없어”
조씨는 “박사방 범행이 조직화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박사방의 모든 범행은 혼자 저지른 적은 없지만, 역할 분담까지는 없었고 단순히 같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저 범행을 쉽게 저지르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방 관리와 홍보를 맡겼을 뿐이라는 것이다.
조씨는 “성착취 영상물을 브랜드화 하려 했다”고도 밝혔다. 검사가 “수사 대상으로 추적되기 때문에 안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 왜 영상에 표식을 남겼나”고 질문하자 이렇게 밝힌 것이다. 자신의 목적은 오로지 돈이었다며 "브랜드화 하면 돈이 더 될 거라고 생각했고, 어리석게도 검거되지 않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고도 덧붙였다.
사회복무요원을 통해 빼돌린 개인정보는 마약이나 총기 사기에만 이용했지 박사방 범행에는 활용하지 않았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누군가 나에게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수법”이었다며 박사방 범행에는 오직 스폰서 광고만 이용했다고 했다.
“박사방 사건은 상식 밖의 세상에서 상식 밖의 행동한 것"
조씨는 법정에서 검사를 질타하는 등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검사가 범죄수익 은닉에 가담한 공범들의 이름을 나열하자 돌연 “제가 아는 바로는 A씨는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방청객도 있는 자리에서 검찰이 피의자가 아니라고 특정한 사람의 실명을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10대를 피의자로 볼 때는 법적ㆍ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로 보고, 피해자로 볼 때는 돈이나 사회를 모르는 존재로 바라본다”는 지적도 했다. 일부 10대 피해자가 직접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고 증언하는 대목이었다. 그러면서 “범죄자 입장에서 소신껏 말하자면, (이 사건에서는) 상식이 색안경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사방 성착취물의 구매자, 방관자, 피해자들은 모두 상식 밖의 세상에서 상식 밖의 행동을 한 사람들”이라며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으면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충고를 하기도 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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