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개국 일주일간 '오염 종식' 열띤 토론
'생산 감축' 등 국가 간 이견 커 난항 예상
"반쪽짜리 조치 아닌 실질 해결책 담아야"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회의(INC5)가 개막한 2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본회의장에서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이 한 케냐 어린이가 자필로 쓴 편지를 들어 보이면서 의미 있는 협약 성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5차 회의는 플라스틱 협약 마련을 위한 마지막 회의다. 부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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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오염 확산 때문에 먹을 게 없어지고 있어요. 물고기들도 플라스틱을 먹고요. (어업에 종사하는) 우리 부모님들은 학비 낼 돈이 없어질 거예요. 제발 도와주세요."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국제 플라스틱 협약' 개막식에서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이 소개한 한 케냐 어린이의 절박한 편지다. 지난 70년간 생산량이 260배 폭증한 플라스틱은 개발도상국 아이의 생존은 물론 미래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생태계 파괴에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최초의 국제 협약 성안이 이번 주 부산에 달렸다. 177개국이 모여 1주일간 열띤 협상에 돌입한다. 국가 간 입장 차가 크다 보니 난항이 예상되나 국내외 대표자들은 "세계가 부산을 지켜보고 있다"며 기간 내 성안 마련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미래세대 위해 깨끗한 환경 물려줘야"
25일 INC5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앞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플라스틱부산행동 등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정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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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부산에서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개최된다. 앞서 2022년 3월 유엔환경총회(UNEA)는 '해양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올해 말까지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우루과이, 프랑스, 케냐, 캐나다에서 네 차례 협상이 있었고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협상 개최지가 대한민국 부산이다.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INC 의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우리는 함께 역사적 이정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단 1분도 낭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이번 협약은 미래 세대에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희망의 상징이 돼야 한다"고 밝혔고, 한국 정부대표단 교체수석대표인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플라스틱 오염이 우리를 끝내기 전에 우리가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의장이 낸 '논페이퍼' 기초해 협의 시작
INC5가 개막한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회의실에서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가운데) 의장 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INC5에는 177개국 유엔 회원국 정부대표단, 유관 국제기구, 환경·과학·보건 전문가 등 4,000여 명이 참석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선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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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약은 생산·유통·소비·처리 등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다루며, 무엇보다 공식 명칭처럼 '구속력 있는 협약'을 목표로 한다. 각국의 자율적 노력에 기대기보다 국제사회가 함께 조속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시급성이 반영된 결과다.
최대 쟁점은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폴리머를 비롯한 '생산 감축' 여부다. 유럽연합(EU)과 플라스틱 오염 피해가 큰 아프리카·남미 국가 등은 폴리머 규제를 포함해 강도 높은 협약을 지지한다. 반면 이란·러시아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는 '재활용을 포함한 폐기물 처리' 문제에 방점을 둔 약한 협약 체결을 주장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생산되기에 자국 경제와 직결된 문제라서다.
각국 입장 차가 커 협상은 초반부터 난항을 겪었다. INC 의장은 이번 회의에 앞서 17쪽짜리 '논페이퍼'(비공식문서)를 협상 촉진용으로 내놨다. 네 차례 회의를 거쳐 만들어진 초안이 77쪽에 달하다 보니 효율적 논의를 위해 간명한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많은 국가가 이를 활용하는 데 동의했으나 산유국들은 이날 오전까지 강하게 반발했다. 늦은 오후가 돼서야 논페이퍼를 협상 시작점으로 삼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
한국 "생산 감축 가야 할 방향"이라지만
한국 정부대표단 교체수석대표인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25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INC5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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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주최국인 한국은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우호국연합(HAC)에 속하면서도, 세계 4위 석유화학산업 생산국이라는 이중적 위치 탓에 '생산 감축 지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간 비판을 받아 왔다.
이와 관련해 김완섭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생산 감축이 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직접적이고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단계별 접근과 다양한 방법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생산 감축에 대한 수치적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재생원료 사용 의무 비율을 높이거나 다회용기 지원 등을 통해 단계적 접근을 하자는 취지다.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INC5를 앞두고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건물 10층 높이의 크레인에 가로 30m, 세로 24m 크기의 #WeAreWatching(전 세계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초대형 눈 모양 깃발을 설치했다. 그 앞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부산=정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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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보다 강력한 협약 도출을 요구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의장이 제시한 논페이퍼가 '폴리머 공급의 관리 필요성'을 거론할 뿐 '생산 감축'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면서 "모든 국가가 동의할 만한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합의에만 이를까 우려된다"고 규탄했다. 그린피스도 "반쪽짜리 조치나 명목상 협약이 아닌 실질적 해결책을 담은 협약"이 성안돼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부산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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