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번 사건의 항소심 결과는 내년 2월 3일에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는 2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삼성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1.25 leemario@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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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회장은 "최후진술을 준비하면서 올해 초 1심 선고를 받을 때가 떠올랐다. 3년 넘는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사실 안도감보다는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항소심 재판은 다시 한번 저 자신과 회사 경영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저는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왔다. 이 사건 합병도 마찬가지"라며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제 개인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주주들께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를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것은 제 부족함과 불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온전히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달라"고 했다.
이 회장은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많은 분들의 응원과 걱정을 접하며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최후진술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지금 저희가 맞이하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치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하겠다"며 "부디 제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달라"고 했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안타깝게도 삼성은 8년 가까이 법정에 묶여 많은 국민께 걱정을 끼쳤다"며 "이 회장과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에 기여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마지막 미래전략실장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도 "합병을 돕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결코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며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변론 과정에서 "검찰은 자본시장법의 근간을 훼손한 범죄라며 사기적 부정거래로 기소했는데 과연 그런 사건이 맞는지 동의하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반면 검찰은 "자본시장법의 법정형과 대법원 양형기준, 범행 동기와 가담 정도, 행위 태양 및 피고인들에게 이미 유죄가 확정된 선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원심 구형과 동일한 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1심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 최지성 전 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게는 각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5억원, 장충기 전 차장에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또 이왕익 전 삼성전자 부사장과 김신·최치훈·이영호 전 삼성물산 대표에게 각 징역 4년과 벌금 3억원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게 징역 4년, 김용관 전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각 선고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삼정회계법인에 벌금 5000만원, 소속 임원 2명에게는 징역 4년과 징역 3년을 각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피고인들은 합병에 찬성하는 게 국익을 위하는 거라며 주주들을 기만했고 합병에 찬성한 결과는 특정 개인의 이익과 투자자 다수의 불이익이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앞으로 재벌 기업의 기업구조 개편과 회계처리 방향에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피고인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앞으로 지배주주들은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을 동원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특정 개인의 이익이라는 명확한 실체가 존재하는 사안으로 부디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자본시장이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를 바란다"며 "재판부께서도 어떤 편견이나 치우침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의 실질을 살펴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전부 유죄를 선고해주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앞서 이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회계방식 변경을 통해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1심은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만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합병에 사업상 목적이 존재한다"며 이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shl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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