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에서 거래된 토지는 167만6000필지(1005㎢).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증가했다. 서울 면적의 약 1.7배에 해당하는 크기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토지 시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4월까지 지가 변동폭이 줄고 거래량도 감소하다 5월 이후부터 지가 상승폭이 커지고 거래량도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주택 시장에 규제가 잇따른 영향으로, 수도권 주택 매매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개발 가능한 토지를 사들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가 늘면서 지가도 부쩍 올랐다.
지난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남양주 왕숙지구 일대.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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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전국 토지 가격은 평균 1.72% 상승했다. 시·군·구별로 상반기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경기 하남(3.44%) △경기 성남 수정구(3.27%) △경기 광명(3.11%) △경기 과천(3.09%) △경기 성남 중원구(2.9%) △경기 남양주(2.68%) △경북 울릉군(2.62%)이다. 이어 △서울 마포구(2.57%) △대전 유성구(2.56%) △서울 송파구(2.55%) 순이다. 2분기 들어서는 경기 하남, 과천, 성남 수정구, 남양주, 서울 강남구를 중심으로 땅값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특히 수도권에서 지가 상승률이 두드러졌던 지역들은 최근 각종 개발 호재가 몰리며 주목받은 곳이다.
경기 하남의 경우 교산지구가 3기 신도시에 지정된 영향이 컸다. 여기에 지하철 3·5호선 연장, 하남교산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 발표에 힘입어 경기도 내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광명은 뉴타운과 테크노밸리 조성 등 개발 사업이 연달아 진행 중인 지역이다. 여기에 광명에는 경기 서남부권과 서울 여의도를 잇는 신안산선 호재도 대기 중이다. 신안산선은 총예산 3조3465억원을 투입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와 경기 안산·시흥시를 잇는 44.7㎞ 구간에 15개 정류장을 새로 놓는 광역철도 사업. 신안산선이 주목받는 이유는 여의도역, 구로디지털단지역, 영등포역 등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일자리가 많은 지역을 관통해서다. 신분당선 호재가 작용한 ‘수용성(수원·용인·성남)’과 비슷한 조건이다 보니 집값과 땅값 상승 기대감도 커졌다.
성남시 수정구 땅값이 부쩍 오른 데에는 제2·3판교테크노밸리 개발 기대감이 반영됐다. 그 옆에서는 성남 구도심으로 통하는 수정·중원구 일대 노후 주택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속속 진행되면서 땅값이 올랐다. 과천시는 지식정보타운 개발과 3기 신도시 추진 등의 영향을 받아 상승률이 높았다. 서울에서 땅값이 유독 많이 오른 강남구는 최근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착공하면서 수혜를 입었다. 여기에 광역복합환승센터 건설, 영동대로 일대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투자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연말부터 토지보상금 50조원 풀려
3기 신도시 대토보상 눈여겨볼 만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수도권과 개발 호재가 몰린 지역 위주로 토지 거래가 늘고 땅값도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특히 수도권 3기 신도시 택지에 대해 보상이 이뤄지면서 주변 토지 거래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크다. 토지보상금은 특성상 인근 토지나 부동산으로 재투자되고는 한다. 지방세 특례에 따라 토지 보상을 받은 사람이 1년 이내(농지는 2년 이내) 인근 부동산을 취득할 때 취득세를 면제해주기 때문이다. 인접 지역에 투자하는 동시에 개발 호재까지 더해지면 주변 땅값을 함께 끌어올린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저금리 기조 속에 지하철 노선 연장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착공 등 각종 개발 호재를 따라 유동성이 토지 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토지 보상·부동산 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내년 말까지 전국에서 토지보상금 49조2125억원이 풀릴 전망이다. 앞서 2009년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급한 34조8554억원보다도 큰 규모다.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도시개발지구 117곳 토지보상금 45조7125억원에 이른다. 이 중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에 풀리는 보상금만 약 40조원이다. 전체 토지보상금 중 8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은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3기 신도시 중에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334만9214㎡)가 가장 먼저 토지 보상을 시작하는데 이르면 올해 11월부터 1조2000억원 규모 토지 보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가장 최근에 지구 지정이 완료된 고양 창릉 공공주택지구에서 풀리는 토지보상금은 6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확한 토지보상금은 감정평가가 이뤄져야 하지만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도 들썩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 3기 신도시 지역에서 토지 투자를 계획하고 있었다면 ‘대토보상’ 개념을 알아두면 좋다.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 보상금에서 대토보상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대토보상이란 현금 대신 해당 택지개발지구 내 땅을 받는 것을 말한다. 땅을 받아 단독주택을 짓거나 혹은 금융상품인 대토보상리츠에 가입해 5~6% 수익률을 낼 수도 있다. 국토부는 대토보상 범위를 기존 단독주택에서 공동주택(아파트)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가령 고양시 창릉에서 대토를 받는 주민들은 대토 용지를 모아 조합을 결성해 아파트를 건축할 수 있게 되고, 재건축 아파트와 유사하게 일반 분양도 가능하다. 그만큼 이익이 많이 남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밖에도 대토의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종전 15%에서 올해부터 40%까지로 올렸고, GTX 등 교통 대책까지 수반되면 3기 신도시 땅값이 자연스레 올라간다. 많은 주민이 대토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무난히 절반 이상은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8년 9월부터 토지 보상을 시작한 수서지구는 대토 보상률이 66%(보상금액 100 중 66이 대토보상)에 달했다. 성남 복정1지구는 44%였다. 하남 교산처럼 영농 비율이 높은 3기 신도시 지역에서 대토 신청이 많을 여지가 있다.
다만 주택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경우에는 토지 시장도 홀로 호황을 누리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창동 팀장은 “규제 영향으로 주택 시장이 얼어붙으면 토지 시장도 결국 이런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면서 “더구나 토지는 아파트와 달리 환금성이 떨어져 긴 시간과 목돈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1호 (2020.08.12~08.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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