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중인 ‘고소 누설’은 포함 안돼
강제수사 권한 없어 ‘한계’ 우려도
박 전 시장 유족 요청으로 휴대전화 포렌식 중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2020 제26차 상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상임위원회에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가 결정됐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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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의혹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30일 오전 제26차 상임위원회를 열고 최영애 위원장과 상임위원 3명의 만장일치로 박 전 시장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 서울시의 묵인·방조,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성희롱 처리 절차 등을 조사하고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8일 피해자 쪽의 고소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와 여성단체들은 인권위에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증거자료 30개를 제출하고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피해자 쪽이 요청한 조사 항목엔 ‘고소 사실 누설 경위’도 포함됐지만 이날 인권위가 밝힌 조사 범위엔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수사 중인 사안은 조사 각하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다만 최 위원장은 <한겨레>에 “피해자 쪽이 요청한 목록은 모두 포괄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부적인 조사 기간과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직권조사엔 7명 안팎의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정은 요청이 접수된 지 이틀 만에 이뤄져 통상적인 절차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시민들의 관심이 뜨거운데다 박 전 시장이 숨져 수사기관을 통한 진실 규명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강제수사 권한이 없어 우려도 나온다. 앞서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가 제기됐을 때도 인권위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의혹과 함께 검찰 내 성폭력 실태 전반을 직권조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5개월 만에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조사를 종결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어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자 인권회복에 박차를 가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서울시와 수사기관은 조사에 엄중히 임하고 자료 요청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진행돼온 경찰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이 이날 유족의 요청으로 중단됐다. 박 전 시장의 유족은 앞서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반대하며 법원에 준항고(불복신청) 및 포렌식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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