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아 사무총장은 10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14년간 OECD를 이끌면서 회원국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노력을 해왔다”며 “더 이상 임기를 이어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작년 11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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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인으로서 고국에서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지낸 구리아 사무총장은 2006년 라틴아메리카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OECD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어 5년 임기를 두번 연장했으며, 세번째 임기가 내년 5월까지다. 한번 더 도전해 임기를 20년 채울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지만 스스로 포기했다.
OECD 주변에서는 미국이 구리아 사무총장의 장기 재임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OECD 각 회원국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OECD는 조만간 차기 사무총장 선출 절차를 시작한다. 오는 9~10월에 각 회원국이 후보자를 내고 내년 2월까지 심층 인터뷰가 이뤄진다. 이후 후보를 압축한 다음 내년 3~4월쯤 회원국 협의를 거쳐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하면 내년 6월부터 5년 임기를 시작한다.
아직 차기 OECD 수장에 도전하는 나라가 윤곽을 드러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후보를 낼 지도 관심거리다. OECD는 유럽·북미 중심의 선진국 모임이기 때문에 중동의 이스라엘·터키를 빼면 실질적인 아시아 회원국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지난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세계 재외공관장 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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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OECD 사무총장에 도전해볼만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럽의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국제기구 수장에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강 장관이 영어가 능통하지 않느냐”며 “외교부 장관으로 3년 넘게 재임중인 강 장관이 다음 자리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엔에서 근무했던 강 장관이 이미 국제기구 경험을 갖췄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OECD가 경제가 중심이 되는 기구라서 강 장관이 걸어온 길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말도 있다. 또한 OECD는 본부가 파리에 있고 불어를 영어와 함께 공식 언어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무총장이 불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줄 아는 것이 당연시된다는 점도 한국인이 도전하기에는 장벽이 될 수 있다.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에 도전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 WT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로 가기 위해 출국하면서 인터뷰에 응한 모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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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OECD 사무총장 도전은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출과 연동돼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WTO 사무총장에 도전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당선될 경우 선진국들이 OECD 사무총장까지 한국에 몰아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반대로 유 본부장이 WTO 사무총장 도전에 실패할 경우 한국 정부가 OECD 사무총장에 후보를 내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차기 WTO 사무총장은 오는 10월쯤 선출될 예정이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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