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들을까 봐 아무말도 못해"
지난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회의장에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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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선수의 동료 A씨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가해자 3인방에게) 너무 화가 났다. 뻔뻔하게 자기들이 안 했다고 하니까 더 화가 나서 나서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가혹 행위 당사자로 지목된 경주시청팀 김규봉 감독, 전(前) 주장 장윤정씨, 김모 선수 등 3명은 지난 6일 국회에서 "때린 적도 없고 사죄할 것도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안씨는 당시 국회에 나오지 않았다.
◇ “안씨 손, 허벅지 안쪽으로 좀 과하게 깊숙이 들어왔다”
A씨는 팀닥터 안씨의 성추행 사실을 추가로 공개했다. A씨는 "2018년 10월 홍콩 대회를 나갔을 때 허리 부상이 있었는데, (안씨가) 허리 부상 치료 목적이라면서 가슴을 만졌다"며 "(허리가 아프다는데 가슴을 만지는 상황이) 의아하긴 했지만 말을 못 했다. 그랬다간 (안씨가) 욕을 한다거나 '내가 이렇게 한다는데 너가 왜', '너 나한테 치료 받지 마'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안씨의 손이 허벅지 안쪽으로 좀 과하게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다른 동료 선수는 (안씨가) 치료 목적이라면서 허벅지 안쪽을 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며 "근육이 뭉친 곳과는 달리 좀 그냥 깊숙이 들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선수들은 안씨가 의사인 줄 알았다. 안씨가 '나는 미국에 자격증이 있다' '미국의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 몸을 봐줬다'고 했다"며 "처음엔 안 믿었지만 감독이 '닥터 선생님, 닥터 선생님'이라고 부르니까 당연히 (의사 자격증이)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 “왕따, 보복이 더 두려워 매번 참았다”
A씨는 최숙현 선수와 룸메이트 사이로 2년 동안 같은 방을 썼다. A씨는 "(외부에 알렸다간) 경주시청팀 특성상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폭행, 왕따 등 보복이 더 두려웠다"며 "매년 그만두려고 했는데 매년 붙잡았다. 이번만 참고 잘해 보자더니 매번 또 그랬다"고 했다.
그는 "체육계가 워낙 좁으니 이미 누군지 다 알려졌겠지만 그런 걸 감안하고 기자회견을 했다"면서도 "힘들긴 하지만 숙현이의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줬기 때문에 조금 후련한 마음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늦게나마 해 준 게 아닌가 해서 너무 미안하다"며 "위에 가서는 편안하게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말하면서 흐느꼈다.
고 최숙현 선수의 유골함(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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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체육회, 성추행 등 혐의로 안씨 고발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이날 오전 성추행과 폭행 혐의로 안씨를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에 고발장을 냈다. 경주시체육회는 지난 5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선수들로부터 '팀닥터' 역할을 한 안씨가 성추행했다거나 폭행했다는 추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이미 최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있다. 이에 경주시체육회는 다른 선수를 대상으로 한 성추행과 폭행 등 혐의에 대해 추가로 수사해달라고 고발한 것이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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