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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볼턴 "트럼프, 대선 전 주한미군 감축 도박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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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본지 단독 인터뷰

"트럼프 코로나 등으로 정치적 곤경, 깜짝쇼 할 수 있어"

"청와대가 추진 3차 미북 정상회담도 할 가능성 있어"

"중국이 한국에 경제 보복해도 트럼프는 한국 안 도와줄 수도"

조선일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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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현지시각)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에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방위비 분담금 협상 교착으로 인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 “그(트럼프)는 해외 주둔 미군이 너무 많다고 보고,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정치인이 곤경에 처하면 도박을 한다. (대선 전인) 9월 10월을 바라보면 (미군 감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 확산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정치적 어려움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을 본국으로 데려왔다는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예상외의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는 또 청와대가 추진하는 미 대선 전 3차 미·북 정상회담에도 “트럼프가 정말로 (선거에서) 곤경에 처했다고 생각한다면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이변)’를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선거 판도를 바꾸기 위한 막판 이벤트를 말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수차례 트럼프 대통령을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2018년 4월부터 2019년 9월까지 1년5개월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일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트럼프 대통령측과 소송전 끝에 백악관의 혼란상을 적나라하게 그린 ‘그 일이 일어났던 방’이란 회고록을 출간했다. 회고록은 출간 첫주에 78만부가 팔려 베스트셀러가 됐고, 100만부 판매를 눈 앞에 앞두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도 “책 때문에 인터뷰 약속이 많다”며 질문을 빠르게 해달라고 했다. 다음은 볼턴 전 보좌관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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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부터) /존 볼턴 회고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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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 전 미·북 정상회담 추진을 밝혔다. 실제로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단순히 (지난해 6월) 트럼프의 트윗 때문에 DMZ에서 회담이 열릴 줄 예상 못했는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는 여론조사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이변)’를 시도할 것이 걱정된다. (3차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줄이는 어떤 거래도 큰 실수가 될 것이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까지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교착상태다. 방위비 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주한미군 감축을 할 수 있다고 보나.

“그렇다고 본다. 그는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너무 많다고 본다. 아마도 9000명~1만명에 이르는 독일의 미군이 폴란드 등으로 재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내가 책에서 설명했듯이 이것(방위비 분담과 미군 철수)은 트럼프가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동맹국을 대차대조표적 관점에서 생각한다.”

-올 11월 대선 전에도 감축이 가능한가.

“정치인이 재선이 매우 어려워 보일때는 도박을 하는 일도 있다. 나는 그것(주한미군 감축)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공화당 내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류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대선 직전인) 9월과 10월을 바라보면 배제할 수 없을 것같다. 내가 틀렸으면 좋겠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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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끝)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의 소개로 북한 김정은(왼쪽에서 세번째)과 이야기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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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리들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미국을 선택했을 때, 중국이 보복하면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럴지 의문이다. 오히려 한국에 대한 협상 지렛대로 여길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이 실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학은 공화당 철학과 다르다. 그래서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올 11월달에 그(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군사 위협 뿐 아니라 화웨이와 ZTE, 5G 통신 등을 통해 경제를 장악하려 한다. 지금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 동맹이 뭉쳐야할 때지 분열될 때가 아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한미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트럼프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예상할 수가 없다. 그의 첫번째 임기엔 외교 안보분야에 있어서 공화당의 반발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그가 일단 재선되면 (공화당을 의식할) 방어막이 사라진다. 내가 말했듯 그의 정책이 두번째 연임에서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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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차 미·북 정상회담의 아이디어를 북한 김정은에 먼저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다. 정 실장이 한 말이 맞나.

“그렇다. 나는 그런 인상을 받았다. 한국의 입장은 언제나 비핵화 보다 통일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비핵화) 협상에 들어가는 어색한 방법이었다. 지난 2년 동안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어떤 방법으로도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다. 북한이 얼마전에 개성남북공동사무소를 터트리면서 다시 한 번 이를 확인했다.”

-책에는 지난 2018년 4월 남·북 판문점 회담에서 김정은이 1년 안에 비핵화에 동의했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동의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두 차례 미·북 정상회담이 허사로 돌아간 것은 김정은의 의도를 잘못 파악했기 때문인가.

“문 대통령의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것(북한의 약속)을 (미국에) 전달했든 정상회담은 허사였을 것이다. 북한의 정책은 지난 30년간 변하지 않았다. 그들(북한)은 내가 결코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많은 다른 약속을 통해 경제제재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원했다. 북한은 우리 모두를 속였고, (북한의) 장사하는 방식이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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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표지 /AP 연합뉴스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조현병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측면에서 그런가.

“그것은 문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그의 (통일과 비핵화) 두 조각으로 쪼개진 (대북) 정책에 대한 논평이다.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다. (그러나) 진정한 비핵화가 없다면 한국의 통일도 없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김정은은 수년간 각본에 따라 한국과 미국을 이간질하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만약 북한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완전히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면 때때로 (북한의 이간질로) 그 (한미동맹의) 분열을 더 크게 보이게 할 수 있다.”

-회고록에서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북한까지 비행기로 데려다 주겠다고 말한 부분이 나온다. 그것은 김정은에게 상당한 모욕이었을 수 있는데, 당시 김정은 표정은 어땠나.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호의를 베푼다고 생각하고 한 것이지 모욕이나 굴욕감을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협상을 깼기 때문에 김정은을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김정은도 자신이 미국 대통령 전용기를 탈 수 없다는 상식에서 이 제안을 거절한 것같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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