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각) 이란 당국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데 대해 5일 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한 가운데, 이란 현지에선 추모와 환호라는 상반된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사진= X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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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헬리콥터 추락 사고가 발생한 이란 현지에서 애도와 환호의 상반된 모습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란 국영 언론에서는 사망한 대통령을 기리는 추모 인파를 보도하고 있지만, 소셜미디어에선 불꽃놀이를 하며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공유됐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는 사케즈 등 일부 도시에서 시민들이 불꽃을 터뜨리고 음악을 들으며 환호하는 모습이 확산하고 있다.
사케즈는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22세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의 고향이다.
도로에 있던 운전자들은 서로 경적을 울리며 축하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 인근 카라즈의 한 주민은 "도시 곳곳에서 불꽃놀이가 벌어졌고, 사람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밝혔다.
마흐사 아미니 시위 당시 보안군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의 가족은 외신을 통해 "라이시의 영혼은 결코 평화롭게 잠들지 못할 것이다. 이란의 모든 희생자 가족과 국민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다.
당시 시위 중 사망한 사람들에는 10대 소년과 60대 어머니 등 다양한 연령대의 일반인들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란 정부의 인권 탄압을 주도한 인물이다. 25세에 사법부에 입문해 2014년에는 검찰총장을 맡았으며, 2021년 압도적 표 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선거에선 온건·친개혁 후보들이 대거 출마가 금지됐었고, 당시 투표율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대통령 재임 동안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을 단속하는 '도덕 경찰'을 다시 투입하는 등 여성 인권 탄압으로 악명을 떨쳤다.
2022년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된 뒤 사망하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조사단은 당시 시위대 551명이 사망했고 1500명 넘게 체포됐다고 추산했다.
히잡 시위는 지난해 초 수그러들었으나 국제 제재로 인한 높은 실업률과 심각한 경제 침체로 여론은 이미 악화했고, 특히 2030 세대가 정부에 크게 반감을 드러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히드 시암두스트 미 텍사스대 오스틴 중동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그는 카리스마 없는 저성과자로 알려져 있다. 4년 임기 마지막에 접어든 현재 레임덕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란 정부는 단속에 나서고 있다. 수도 테헤란의 주요 거리와 광장에는 현지 경찰들과 군인들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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