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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먹구름 낀 노사정합의…김명환, 대의원대회로 돌파구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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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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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불씨를 살리려는 시도가 무산됐다. 민주노총은 2일 오후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 노사정 합의안의 추인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는 20일 직권으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합의안 추인을 재시도할 예정이지만 반대파가 다수를 점하고 있어 불발로 그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2일 오후 5시부터 3일 오전 1시 40분까지 열린 중집에서 노사정 합의안 추인과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안건을 논의했다. 그러나 다수 중집 위원이 반대해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노사정 합의안 추인을 위한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안건마저 부결되자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 규약에 따라 직권으로 임시대의원대회를 20일 소집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면 대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대의원대회는 조합원 총회를 제외하면 가장 큰 의결기구로, 조합원 500명당 1명꼴로 선출한 대의원들로 구성된다. 김 위원장이 내세운 대의원대회 카드는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로 평가받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안 협약식 당일인 지난 1일에도 중집 개최를 시도했으나 내부 강경파 조합원의 반대에 막혔고, 이날 열었던 중집에서도 내부 추인을 받는 데 실패해 '막다른 길'에 몰려 있는 상태다. 게다가 상당수의 중집 위원들은 물론 김 위원장이 속해 있는 민주노총 내 최대 계파로 알려진 '국민파' 민주노동자전국회의도 "합의안을 폐기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대의원대회를 통한 노사정 합의안 추인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건이 부결된 지난해 1월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선례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날 김 위원장의 대의원대회 소집 방침이 나오자마자 중집 위원 30명은 성명을 내고 "재벌과 자본의 책임이 빠진 노사정 잠정합의안을 폐기해야 한다"며 "조직을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가는 일방적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선언을 즉각 철회하라"고 지도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대의원대회 소집이 규약상 가능하다 해도 그 취지는 위원장에게 독선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다"면서 "위원장의 소신은 결코 민주노총을 뛰어넘을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이날 성명에 서명한 중집 위원들 중에는 부위원장 6명이 포함됐고, 6명의 가맹조직 대표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건설산업연맹, 공무원노조 등 민주노총에서 1~4순위 규모의 가맹조직이 포함됐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합의안을 둘러싸고 자중지란에 빠진 가운데 합의 주체 중 하나인 한국노총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합의안의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움직임에 돌입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이날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민주노총이 오늘 새벽까지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못 내리고 이달 2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고 하는데 그것(개최) 자체가 확실하지 않다고 본다"며 "그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앞으로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합의한 내용을 최대한 이행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합의안대로 경사노위 산하 '이행점검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안 이행을 점검하고,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합의안의 후속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한국노총은 여당과 함께 '해고금지법'을 올해 안으로 입법하겠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경영상 긴박한 사유가 없더라도 정리해고 여지가 있다. 영업·양도 등 기업 변동이 있을 때 고용 승계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 민주당과 정책 협의를 했으며 올해 안에 입법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지만 민주노총을 기다리는 방법 외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을 빼고 나머지 5자(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가 합의문에 서명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모양새가 빠지게 된다.

기존 경사노위와 멤버가 똑같기 때문이다. 동일한 주체들이 합의문에 두 번 서명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 이미 경사노위에서는 3월 노사정 대타협 합의문을 도출한 바 있다.

그렇다고 민주노총을 마냥 기다리면서 코로나19 현안 처리를 뒤로 미룰 수도 없다. 고용유지, 기업 도산 방지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따라서 당분간 정부는 '합의 정신'을 지킨다는 모호한 태도로 합의문에 담긴 정책들을 개별적으로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했지만 합의문을 만든 '합의 정신'은 있는 것 아니냐"며 "일단 해야 할 일은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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