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기권' 경고에 재심 신청… 조응천 "소신에 징계, 본적없다"
작년 12월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통과시킬 때 '기권표'를 던져 징계 처분을 받은 금태섭〈사진〉 전 의원이 2일 민주당에 재심(再審)을 신청했다. 민주당은 금 전 의원이 당론(黨論)으로 정한 '공수처 설치법 통과'에 사실상 반대했다며 지난달 25일 윤리심판원을 열어 금 전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금 전 의원은 이날 당에 제출한 재심 신청서에서 "국회법상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이 당론에 반하는 표결을 했다는 이유를 징계 사유로 정한 당규가 존재한다면 그 자체로 비민주적 위헌 정당임을 표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나는 형사소송법과 검찰 문제 전문가이고, 부족하지만 내 지식과 경험으로는 (공수처와 같은)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든다는 것을 도저히 찬성하기 어려웠다"며 "당론에 따른 것이었다고 그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금 전 의원은 당론에 따랐다가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위성 정당이 난립한 '선거법 개정안'을 들었다. 금 전 의원은 "소신 있는 정치인이 되려면 논쟁적 이슈에 대해 용기 있게 자기 생각을 밝히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등에 대해서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고 국회의원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라고도 했다.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지자 이해찬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권고적 당론'이 있고 '강제 당론'이 있는데 (공수처 설치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 당론이었다"며 "그래서 윤리심판원을 열었지만 '경고' 조치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라고 했다. 금 전 의원이 당론을 따르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지만 징계 수준이 미미해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이 소신대로 판단한 것을 갖고 징계를 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금 전 의원은 이미 경선에서 탈락해 낙천하는 어마어마한 정치적 책임을 졌는데, 더 어떻게 벌할 수 있느냐"고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당이 소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오히려 억압하는 인상을 준 것은 앞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당론에 반한다고 징계하면 우리가 미래통합당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 "더불어민주당 아니고 더불어공산당이냐"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강성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금 전 의원에 대한 '탈당 요구'까지 나왔다. 이날 트위터에는 "금태섭을 제명하고 출당조치 해야 한다" "강제당론을 위반한 의원에게 낮은 수준 징계조차 안 하면 어떡하겠느냐" "비겁하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금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는 "제명 안 당한 것만으로 감사하며 살아라" 같은 비난 댓글과 "소신을 응원한다" 등 댓글이 엇갈렸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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