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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지능화된 경제범죄 뒤엔 엘리트가…변호사가 보이스피싱 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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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기 범죄 특징은 수법이 점차 지능화·고도화하면서 이른바 '엘리트' 집단의 범죄 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화이트칼라' 범죄가 살인, 폭행 등 강력범죄 못지않게 피해가 크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31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대 법대 출신 변호사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사기)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대부업 관련 간단한 심부름을 하면 돈을 지급하겠다는 광고를 보고 보이스피싱 일당의 수금책 역할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서 돈을 받은 뒤 2800만원가량을 두 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1조원 이상 투자자 손실을 낸 '라임 사태'의 핵심 피의자 대다수도 고학력자였다.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라임 펀드를 설계한 인물로 알려진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42·구속기소)은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한 유학파다. '라임 전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구속기소)에게서 금품을 수수하고 금융감독원의 라임 조사 정보를 건넨 혐의(뇌물 수수·공무상 비밀 누설)를 받는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46·구속기소)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엘리트다.

고학력자의 사기·횡령 등 화이트칼라 범죄 가담은 격화된 경쟁 분위기 속에서 목표가 수단을 압도하는 상황이 낳은 결과로 분석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엘리트의 화이트칼라 범죄 가담은 물질적 결과만 우선시되는 문화적 풍토가 다른 제도적 규범을 점령해 와해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이트칼라 경제범죄가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으로 피해 심각성을 인식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화이트칼라 범죄는 그 피해와 규모가 강도, 살인과 비교해 더 클 수 있다"며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이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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