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30 (목)

별이 쏟아지는 예술영화관, 씨네큐브 20주년 맞이한 비결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강신웅 티캐스트 대표가 씨네큐브 좌석에 앉아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한주형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영화관에선 늘 별이 쏟아진다. 까다로운 취향의 평론가가 별점 4~5개를 줄 만한 예술영화로 매일 스크린을 수놓는다. 프랑스 칸, 이탈리아 베니스, 독일 베를린, 미국 선댄스에서 수상한 작품을 볼 기회가 가장 많은 극장이기도 하다. 올해 개관 20주년이 된 국내 대표 예술영화관 씨네큐브 얘기다.

씨네큐브를 운영하는 강신웅 티캐스트 대표(56)를 광화문 집무실에서 만나 '영화관 20살 생일'을 맞는 소감을 물었다. "그간 많은 극장이 멀티플렉스로 통합됐죠. 극장 산업의 변화가 극심한 시기를 겪고도 예술영화관으로 오래 자리할 수 있었던 것에 관객들에게 감사합니다."

◆ 상업영화 배제하고 예술영화 집중한 게 롱런 비결

한국 씨네필에겐 성지 같은 씨네큐브이지만, 모두가 롱런을 예상했던 건 아니다. 특히, 2009년 운영주체가 백두대간에서 방송채널사용업자 티캐스트로 바뀐 이후 상업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외려 씨네큐브는 이전보다 더 엄격한 작품 선정 기준을 적용해 예술영화관 정체성을 또렷이 했다.

"상업영화를 배제하고 예술에 초점을 맞춘 영화만 틀어 색깔을 더 선명하게 했습니다. 상영작 퀄리티가 높아지니깐 극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됐어요. 우리가 직접 수입배급한 작품이 성과를 내기도 했고요. 극장의 핵심 상품은 역시 영화죠."

매일경제

씨네큐브 티켓 창구 앞 모습. 다른 영화관처럼 팝콘이나 콜라를 판매하지 않는다. 영화에 집중하길 원하는 관객을 배려하는 차원이다. [사진 제공 = 씨네큐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트하우스 필름에 목말라 있던 영화광들이 열광했다. 2012년 연간 관객 26만 명을 찍으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20만 명 내외를 동원하며 "손해는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익 극대화를 도모했다면 체인점화를 검토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인이 존중 받고, 관객이 배려 받는 영화관을 만든다는 본래의 목표를 지키기 위해선 확장 정책은 시행하지 않았다. 영화관 사업의 짭짤한 부수입이 되는 팝콘도 팔지 않는다. 상영관 내 취식을 금지하고, 10분 지각한 관객은 입장을 시키는 대신 돌려보내며, 엔딩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가기 전엔 점등도 하지 않는다.

"제 딸도 한 번 돌려보내졌어요. 딸이 그 이야기를 하기에 '다음엔 시간을 지켜라'라고 말해줬죠.(웃음)"

◆ OTT 공세에도 살아남을 방법 "더 날카롭게 취향저격"

티캐스트는 '패션앤', '스크린', '폭스' 등 다양한 방송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그중 영화팬 관심을 많이 받는 것은 대한민국 유일 여성영화 방송 '씨네프(cineF)'다. 전체 편성 중 31%를 여성이 연출했거나, 시나리오를 썼거나, 주요 배역을 맡은 영화로 채운다. 나머지 69%도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했거나 평단과 관객에게 호평 받은 예술영화를 주로 튼다. 올해로 개국 10주년을 맞았다.

매일경제

예술영화의 성지 광화문 씨네큐브 1관을 위에서 찍은 모습. 현재는 좌석 간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전체 좌석 중 최대 50%만 채운다. [사진 제공 = 씨네큐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공세에 씨네큐브, 씨네프가 살아남을 방법을 물었더니 그는 '취향저격'이라고 답했다. "1950~1960년대에 텔레비전이 나오니깐 극장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극장은 극장대로 지속돼왔잖아요. OTT도 지금은 넷플릭스가 모든 콘텐츠를 끌어들이는 것 같지만 향후엔 작게 세분화될 거예요. 스키니 번들(Skinny Bundle,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방송채널로만 구성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처럼 가는 거죠. 아주 바짝 마른 OTT가 나올 거예요. 씨네큐브와 씨네프는 그런 시대에 호응해 더 날카롭게 '취향저격'을 해야죠."

강 대표는 씨네큐브 40주년도 반드시 올 거라고 믿는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제일기획, 삼성영상사업단, 티브로드 폭스코리아 등 콘텐츠 전 영역을 거치며 산업 메카니즘을 이해한 그는 상영업자 제1임무로 수작(秀作)의 큐레이션을 꼽았다. "아무런 정보 없이 들러도 항상 볼 만한 영화가 걸려 있는 극장"이라는 신뢰만 계속 줄 수 있으면 씨네큐브가 100살 생일을 맞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매일경제

강신웅 티캐스트 대표가 씨네큐브의 운영 철학과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코로나19로 콘텐츠 업계 위기 "산업 타격 줄 인위적 변화 정부가 막아주길"

다만 올해는 개관 20주년을 마냥 기뻐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원래 방송업에서 발생하는 매출로 씨네큐브의 낮은 매출을 보전하는 식이었는데, 올해는 양쪽 다 적자다. 방송에서는 시청률이 오르지만 광고매출이 40% 가까이 빠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정부 기관들에 한 마디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현재 콘텐츠 업계 자체가 코로나19에 걸린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마스크를 씌우고 적극 보호해줘야 하는 상황이에요. 여기에 의도적인 변화까지 더해지면 산업에 연쇄적인 타격이 올 수 있습니다. 산업 섹터 간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위적인 변화를 막아주셨으면 합니다."

[박창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