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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설교한 지 한 달… 재난 속 달라진 교회 역할 고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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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인터뷰]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6·25때도 드렸던 예배이지만 교인 보호차원에서 온라인으로

오늘의 고난은 '변장된 축복'… 우리 국민은 이겨낼 수 있어

교회도 모든 힘 다할 것"

부활절 같지 않은 부활절(12일) 주간이다. 9일 오전 찾은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풍경은 초현실적이었다.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하늘 아래 벚꽃은 보는 이 없이 벌써 지고 있었다. 교회 정문엔 셔터가 내려졌고, 보조 출입구에선 열화상 카메라와 손 소독제가 방문객을 맞았다. 코로나 사태로 신자 56만명 여의도순복음교회도 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린 지 1개월. 이영훈 담임목사를 만나 역병의 시대에 맞는 부활절의 의미를 들었다.

조선일보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우리 국민은 현재의 고난을 통해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며 "성도들이 다 함께 모여 다시 예배 드린다면 정말 감동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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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주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고난주간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고 부활하시는 일주일을 기억하는 주간입니다. 전통적으로 드려온 새벽기도를 온라인 생중계로 드리고 있습니다. 목회자 입장에선 허공에 대고 메아리 없는 말씀을 선포하는 일이 익숙해지지 않네요. 눈앞에 성도님들은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가득하다'고 생각하면서 설교합니다. 함께 모여 드리는 예배의 소중함을 절감하는 중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 어떤 생각 하셨습니까.

"저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엔 '새 전염병이구나' 했지요. 31번 확진자, 신천지가 폭발적으로 확산하기 전까지는요."

―코로나 확산 이후 순복음교회의 대처는 주목의 대상이었습니다. 온라인 예배 전환 여부도 막판까지 관심을 끌었지요. 교인이 많아 의사결정 과정도 쉽지 않았을 텐데요.

"연세 있는 성도님들은 '6·25 때도 드렸던 예배를 포기할 수 있느냐' 하셨지요. 그렇지만 예배는 기쁨이어야 합니다. 불안감을 갖고 참석할 순 없지요. 또 혹시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습니다. 교인 보호와 사회적 거리 두기에 참여한다는 차원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했습니다. 이젠 성도님들도 적응했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다시 예배 드릴 수 있느냐'는 간절함도 커지고 있습니다."

―비신자들 입장에선 '예배는 생명과 같다'는 말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왜 교회들은 예배를 드려 말썽을 일으키나' 같은 말도 나옵니다. 예배는 신앙인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인체로 치면 물과 같습니다. 교회가 교회 되게 하는 기본이 예배입니다. 일주일 동안 삶의 현장에서 살아온 성도들이 주일 예배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목사를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음성을 듣는 것입니다. 예배 후 다시 일주일 동안 그 말씀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지요. 교인들에게 예배란 '인생의 나침반'입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교회는 '모이는 기능'과 '흩어지는 기능' 양면이 있습니다. 예배가 모이는 기능이라면 삶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흩어지는 기능입니다. 지난 2000년 동안 기독교는 '모이는 교회'에 많은 힘을 쏟았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예배도 온라인으로 드리는 상황을 맞아 교회는 '흩어지는 교회' 속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과제를 갖게 됐습니다. '미래에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는 핸드폰, 모바일교회가 될 것'이란 말이 있었습니다. 그 말이 이런 식으로 현실화될 줄은 몰랐습니다. 교회는 항상 어려운 이웃에게 다가가는 존재여야 합니다. 감염병 때문에 물리적으로 다가갈 수 없는 시대에 교회의 역할에 대해 신학적으로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과거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수습을 위해 솔선수범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대구·경북 돕기 성금 전달을 시작으로 미자립 교회 월세(月貰) 지원과 온라인 예배 장비 지원 등을 벌였습니다.

"국가적 재난이 닥쳤을 때 교회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세월호 때에도 '안산 지역 경제가 너무 가라앉았다'는 하소연을 들은 것이 교인들과 함께 안산 재래시장 쇼핑(안산희망나눔프로젝트)에 12차례 나서게 된 시작입니다. 이번에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여러 교회들과 뜻을 모아 각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캠페인을 구상 중입니다. 교회는 개인 구원의 기능을 사회 구원의 역할로 확대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지요."

―이제 곧 부활절입니다. 요즘엔 어떤 성경 말씀을 가슴에 새기십니까.

"고난은 '변장된 축복'입니다. 로마서에도 '환난은 인내와 연단을 통해 소망을 이루게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코로나19는 경제 침체를 비롯해 오랜 기간 우리에게 고통을 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긍정적 요소도 있습니다. 단적으로 우리는 진단과 치료 등 의료 체계가 이미 업그레이드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강합니다. 이 고난을 통해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할 것이라 믿습니다. 극복의 과정에서 교회도 모든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희망과 긍정의 믿음을 가지면 또 한 번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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