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요직 전·후임자에 ‘칼바람’
그래픽=박상훈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방장관, 차관급 관료, 중앙군사위 위원.’
최근 이틀 동안 중국 군부와 항공우주 분야에서 낙마했다고 알려진 세 고위급 인사들의 직책이다. 지난 27일 중국 공산당 최고 사정 기구인 중앙기율위원회는 항공우주 전문가로 꼽히는 주즈숭 상하이시 푸둥신구(區) 서기(차관급)를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둥쥔 국방부장(장관)이 부패 혐의로 사정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가 나왔고, 이튿날인 28일에는 중국 국방부가 군 핵심 지도자 6인 중 한 명인 먀오화 중앙군사위 위원을 규율 위반 혐의로 조사한 사실을 밝혔다. 지난해부터 군을 겨냥해 진행된 대대적 사정 작업이 국력을 집중해온 항공우주 분야까지 확대되며 ‘숙청 리스트’가 끝없이 늘어나는 중이다.
주목되는 점은 특정 분야 요직의 전·후임자를 한꺼번에 몰아내는 ‘멸족(滅族)’ 수준의 숙청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권력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중공 중앙위원회(372명)의 일원인 주즈숭의 낙마는 중국 항공우주 기술 분야를 주름잡는 ‘항천과기그룹 라인’의 몰락을 의미한다. 주즈숭은 중국 최대 항공우주기업인 항천과기그룹 산하 상하이우주항공기술연구원 원장을 지낸 항공우주통(通)이다.
그래픽=박상훈 |
앞서 지난 8월에는 주즈숭의 전임 원장인 위안제와 후임 원장 다이서우룬이 낙마했다. 상하이우주항공기술연구원 수장을 지낸 세 명의 고위 관료가 넉 달 사이에 쫓겨난 것이다. 연구원의 상위 기관인 항천과기그룹의 우옌셩 전 회장도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고, 그의 전임자인 레이판페이 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 상무부주임도 지난달 장관급 회의에 돌연 불참하면서 낙마설(說)이 불거졌다.
상하이우주항공기술연구원은 항공우주 기술을 연구하는 핵심 기관으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장자인 장몐헝이 1999~2011년 중국과학원 부원장을 지낼 때 특별히 챙겼던 곳이다. 이에 이 기관과 관련된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낙마한 것은 ‘장쩌민 라인’의 마지막 남은 잔뿌리까지 청소하는 의미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하이에서 ‘중국판 스타링크(위성 인터넷 서비스)’ 개발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항공우주 관련 기밀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고 있다.
군 내부에 대한 숙청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둥쥔 국방부장의 전임자인 리상푸와 그 전임자인 웨이펑허 모두 부패 혐의로 쫓겨났다. 둥쥔의 낙마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최근 1년 동안 세 명의 국방부장이 옷을 벗게 되는 것이다. 28일 조사 사실이 공개된 먀오화 중앙군사위 위원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임을 받아 둥쥔 등을 군부 요직에 앉혔던 인물이다. 로켓군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반(反)부패 수사로 상장·대장급인 세 명의 수장(사령원)이 모두 낙마했다. 로켓군 부패 사정 작업으로 사라진 장군급은 1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안보의 핵심 영역에서 대규모 사정 작업이 장기화되고, 특정 권력자와 연루된 이들이 모두 제거되는 양상을 띠는 것은 중국 지도부의 군부 장악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내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미·중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중국의 억제력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군부와 항공우주 등 핵심 기술 분야의 기강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이 안보에서도 혼란을 맞이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휘두르는 반부패 칼날이 더 날카로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