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지구촌교회(최성은 목사)·판교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 등 서울·수도권 중대형 교회 30여곳이 올해 부활절 예배를 2주 미루기로 했다. 올해 부활절은 4월 12일이다. 부활절은 양력과 음력이 혼합해 정해진다. 기준은, 매년 ‘춘분 후 첫 만월(滿月) 후 첫 주일(일요일)’이다. 올해는 4월 12일이다. 이렇게 정해진 부활절 예배 날짜를 바꾸겠다는 것은 코로나 사태 때문이다.
지구촌교회 최성은 목사는 최근 목회서신을 통해 “코로나 사태에 교회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국 교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부활절 예배는 26일, 고난주간은 특별새벽기도도 20~2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우리들교회 김양재 목사도 같은 취지의 목회서신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7일 오전 현재 부활절 예배 2주 연기를 결정한 교회는 지구촌교회·우리들교회와 경기 화성의 예수향남교회·와우리교회·신나는교회, 성남의 성남금광교회·창조교회·불꽃교회, 수원 더사랑의교회·안산중앙교회·군포 새가나안교회·고양 새한교회와 서울 노원 한일교회 등이다. 이들 교회 목회자들은 최근 회의를 갖고 토론 끝에 부활절 예배 2주 연기에 뜻을 모았다고 예수향남교회 정갑신 목사가 전했다.
현재 천주교와 불교 조계종은 전 성당과 사찰의 미사와 법회가 중단된 상태다. 의사 결정 구조가 교구 혹은 총무원으로 일원화돼 있어 가능한 일이다. 반면 개별 교회의 자율권을 존중하는 개신교계는 교회별로 예배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대부분 교회는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지만 일부 교회는 현장 예배를 드리고 있다.
서울·수도권 교회들이 부활절 예배를 늦추기로 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연장되는 가운데 부활절(12일)이 코앞에 닥쳤기 때문.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미 2월 하순부터 1개월 이상 현장 예배를 드리지 못한 교회들에선 부활절 예배라도 현장에서 드리고 싶어하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총리까지 나서서 종교집회 특히 교회 예배에 대해 자제를 촉구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명시적으로 날짜를 정해 부활절 예배를 연기함으로써 사회적 우려를 선제적으로 불식시켜 보려는 노력이다. 또한 4월말까지는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어 현장 예배를 드릴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도 담겨 있다. 물론 그때까지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현재처럼 온라인 예배를 드린다는 계획이다.
예수향남교회 정갑신 목사는 “한국 교회 안에 대 사회적 공적 책임성을 고민하는, 알려지지 않은 많은 교회가 있다는 흔적을 어디엔가는 남길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12일 부활절 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리는 교회들의 결정도 존중한다”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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