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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발자취] 미스코리아부터 대통령 부인까지… 한복 맵시 만든 '1세대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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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디자이너 이리자 별세

프란체스카·이희호 등 한복 지어

암 투병 중에도 바느질 놓지 않아

한복을 패션으로 승화한 1세대 한복 디자이너 이리자(본명 이은임·85·사진)씨가 21일 밤 노환으로 별세했다. 2000년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면서도 "내 인생" 같다며 조각천으로 한복을 만드는 등 바느질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수제자인 박술녀 디자이너는 "암 재발로 고통스러우셨을 텐데도 바느질 기법과 패턴을 연구하면서 한복이 더 세계로 나가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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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충남대 영문과를 졸업한 고인은 남다른 손바느질 솜씨를 눈여겨본 주변의 권유로 작은 한복집을 열었다. 1969년 '아이디어 하우스'란 의복 연구소를 열었고, 1970년 항아리 스타일 치마 대신 A라인으로 퍼지는 치마를 개발한 '이리자식 한복 패턴'을 개발했다. 색동, 금박, 자수 등 다양한 장식으로 일상복에서 파티복까지 디자인했다. 1971년 범국민복장콘테스트에서 대상을 타면서 미스코리아, 정·재계 인사 등을 위한 한복을 디자인했다. 미스 유니버스대회 등 세계 미인대회 최우수 민속의상상을 받기도 했다.

프란체스카·이순자·이희호·권양숙 여사 등 역대 대통령 부인들의 한복도 지었다. 이희호 여사의 경우 무궁화 자수가 있는 원단을 이용했고, 권양숙 여사 한복은 순방국 상징색에 맞춰 디자인했다. 프란체스카 여사 별세 후 입관 때 입은 한복도 고인의 작품이다. 2002년 화관문화훈장과 신사임당상을 받았고, 영부인 한복 등 350점을 2009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유족으로 남편 황윤주 전 상명대 교수, 장녀 황의숙 배화여대 교수, 장남 황의원(사업)씨, 차남 황의명(사업)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적십자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3일 오전 10시. 코로나 감염 우려로 조문은 받지 않는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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