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건물주, 월세 200만원서 100만원으로
대전 은행동 상인회, 40%까지 깎아주기로
자영업자, "코로나 이전보다 매출 90%감소"
일부 자영업자, "당분간 폐업하는 게 낫다"
은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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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기산동 자신의 건물 1층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오규명(59)씨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2층 세입자에게 원래 임대료 절반인 100만원만 받기로 했다. 오씨의 음식점은 아산시 주요 관광지로 꼽히는 신정호수가에 있다.
오씨가 운영하는 음식점(동태찌개)도 손님이 급감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젊은 레스토랑 사장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재작년 건물을 짓기 전까지 오랜 기간 임차인이었기에 세입자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세를 살아본 입장에서 아들 같은 젊은 사장의 어려움을 어떻게 지나칠 수 있겠느냐"며 "같이 잘 살아야지, 혼자만 잘살자고 임대료를 다 내라고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지난달 인근 경찰 인재개발원에 중국 교민을 수용할 때 영업에 조금 타격을 받았다가 회복되고 있었는데 대구에서 코로나 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매출이 종전의 10%수준으로 추락했다”라고 말했다.
이 건물 2층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준원(32)씨는 “어려운 상황에서 임대료를 절반으로 깎아줘 너무 고맙다”며 “2018년 10월 가게 문을 연 이후 평일 기준 하루 2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렸는데, 지금은 10만원 어치 음식을 팔고 있는 정도”라고 했다. 오씨는 “코로나19사태가 지속하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라고도 했다.
대전 대덕구 중리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도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손님이 90%나 줄었다. 매출이 급감해 근심하던 중 건물주는 최근 A씨를 찾아와 이번 달 임대료를 원래의 70%만 입금하라고 했다. 건물주 역시 같은 건물 1층에서 자영업을 해 타격을 입었음에도 세입자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A씨는 "장사가 안돼 문을 닫아두기도 하는 날이 이어지는 데 건물주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았다"며 "우리 지역에서도 임대료 인하에 동참하는 건물주들이 많아져 세입자들에게 힘이 돼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전시 중구 중앙로 지하상가 방역작업이 진행중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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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번화가인 중구 은행동 건물주들도 임대료를 내리기로 했다. 은행동상점가상인회 회원 12명은 이달부터 임대료를 최대 40%까지 깎아주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이달부터 임대료가 100원이면 30~40%를, 1000만원이면 10~20%를 할인해준다. 은행동 일대는 대전의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가 다녔던 곳이다.
은행동상점가 상인회 봉선종 부회장은 “주말이면 하루 3만명 찾던 거리가 요즘 1000명도 안 온다”며 “이런 마당에 세입자의 어려움을 외면하기 어려워 임대료를 내려 주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동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B씨는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건 고마운 일이다"라며 "하지만 임대료 인하해도 워낙 매출이 급감해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B씨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매출이 70% 이상 줄었다"며 "27일부터 당분간 영업을 하지 않을 계획이며, 영업을 안 해도 종업원 5명의 급여(월 1000여만원)는 지급해야 한다"라고 했다.
대전시도 중앙로 지하상가(공공임대시설) 상인의 임대료와 관리비 등의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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