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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임미리 고발 사과하라" 요구에 침묵하는 與지도부… 당내서도 "빨리 정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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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경향신문에 비판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를 고발했다가 취하한 여파가 주말에도 계속됐다. 민주당은 여론의 질타가 일자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지만, 친여(親與) 성향 인사들이 다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임 교수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이런 가운데 임 교수는 16일 민주당에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켰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왔다. 임 교수 고발 논란이 계속되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 지도부가 사태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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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민주당에서는 고발 철회와 함께 당연히 당 지도부의 사과 표명이 있어야 함에도, 공보국 성명 하나로 사태를 종결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이어 "민주당이 과거 (내) 이력을 문제 삼아 저의 주장을 폄훼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비판적인 국민의 소리는 무조건 듣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

임 교수가 민주당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민주당이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면서도 사과 뜻은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공보국을 통해 고발 취하 사실을 알리면서 "고발 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공식 사과로 보기엔 어려운 유감 입장 수준이다. 오히려 민주당은 당시 "임 교수는 안철수의 싱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사과할 때 가장 피해야 할 '사족(蛇足)'을 다는 바람에 일을 키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고발 취하로 사태를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교수 고발을 취하하고 사과를 하자는 결정이 내려져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느냐"고 했다. '유감' 입장에 사실상 사과 뜻이 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은 당대표인 이해찬 대표 명의로 이뤄졌다. 이 대표는 이번 논란이 불거진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14일 당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냐'고 항의하자 "도대체 누가 고발하자고 한 것이냐"고 오히려 화를 냈다고 한다.

민주당 안에서는 공식 사과할 경우 친문 지지층의 반발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조국 백서' 필자로 참여하는 온라인 매체 '더브리핑' 고일석 대표 등 친문(親文) 성향 인사들은 민주당이 임 교수 고발을 취하한 이후 선관위에 임 교수를 선거법 위반으로 신고하고 나섰다. 최성식 변호사는 자신도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중앙선관위에 신고했다면서 네티즌들에게 선관위 고발 방법을 알려주며 고발을 독려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임 교수 고발을 질타하는 여론과, 오히려 임 교수를 선거법 위반으로 신고하고 나선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이 임 교수 고발 논란으로 샌드위치 처지가 되면서 현장에서 4월 총선을 준비하는 예비 후보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여론에 민감한 중도층이 집중된 수도권에서 뛰는 예비후보들은 임 교수 고발 논란이 계속되는 데 대한 부담이 큰 분위기다.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강성 지지층은 몰라도 일반 유권자들은 이번 논란을 두고 선거법 위반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집권당이 옥죄려 한다는 논리에 더 기울 가능성이 있다"며 "당 지도부가 사태를 빨리 정리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임 교수 칼럼을 갖고 선거법 위반 논란을 벌이는 것도 민주당에 크게 득 될 게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은 처음에 임 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에 대해 사전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고발했다. 하지만 아직 후보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특정 정당의 행태를 비판했다고 사전선거운동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법조계에 상당하다. 법조계에서는 2004년 헌법재판소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에서 "정당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지지 (요청) 발언은 선거운동이 아니다"고 판단한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임 교수도 헌재의 이 판례를 근거로 지지 호소가 선거운동이 아니므로, 반대 호소 역시 선거운동이 아니라는 논리로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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