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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다가오는 초저금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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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1% 이하 유력…재정정책과 엮여 경제 ‘온풍’ 기대

가계부채 폭증·부동산 폭등·소비 위축 등 부작용 우려도

세계파이낸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안재성 기자]거듭되는 불황 탓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 최초로 1%, 나아가 0%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정부의 재정정책과 맞물려 현재의 극도로 침체된 경기에 온풍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가계부채 폭증, 부동산 폭등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12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경기지표가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마이너스’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불황의 그림자가 깊어지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대가 유력시되며 내년에도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여럿 제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1.8%)을 비롯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1.9%), NH투자증권(1.7%), 국가미래연구원(1.9%) 등 여러 국내 기관들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1.6%), 모건스탠리는(1.7%)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1%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다.

LG 경제연구원은 “내년에도 수출 둔화 여파로 수익성이 낮아진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면서 내수 경기에까지 부진이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후방 파급 효과가 큰 제조업의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며 “내년 1분기 경제 지표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불황의 대처법 중 하나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이다. 때문에 한은이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 혹은 그 이하까지 내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모건스탠리, BNP파리바, 소시에떼제네랄(SG), 씨티,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스위스연방은행(UBS) 등 글로벌 IB들은 일제히 내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특히 메릴린치와 UBS는 내년에 금리를 2번 내려 0%대 기준금리가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석태 SG 연구원은 “내년 1분기에 금리인하가 이뤄져 기준금리가 1%로 낮아질 것”이라며 “경기 부진이 지속된다면 0%대 금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도 "기준금리를 1%까지 낮추는 것이 역대 최초지만 크게 문제될 부분은 아니다"며 금리인하를 전망했다.

일단 한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내년의 512조 ‘슈퍼 예산’과 함께 경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 등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드라마틱한 변화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을 수 있어도 금리인하가 분명 경제에 어느 정도 훈풍을 불어넣는 역할은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인하로 인해 실물경제보다 자산시장, 특히 부동산만 자극을 받을 위험이 높다”며 부동산 폭등을 경계했다.

그는 또 “이미 심각한 가계부채가 더 폭증해 소비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총 1572조7000억원에 달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부채까지 더하면 이미 가계부채가 1600조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임 연구위원도 “초저금리에 부동산 상승세가 겹치면 가계부채 증가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한편 산업별로는 대다수의 기업들, 특히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에게 초저금리는 반가운 현상이다. 다만 초저금리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좀비기업이 살아남는 부분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경제에 해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에서는 의외로 별로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재건축·재개발이 잇달아 취소되면서 내년에 건설업계는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초저금리나 부동산 오름세도 긍정적인 건 사실이지만 건설업계에는 그보다 아파트 분양 증가 및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활성화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증권사가 웃고 있는 반면 은행과 보험사는 울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저금리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은행은 금리가 낮아질수록 순이자마진(NIM)도 하락해 순이익이 줄게 된다. 보험사도 자산운용이익의 축소를 걱정하고 있다.

재테크 면에서는 부동산이 가장 각광받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외 경제변수로 주식시장이 불안하다”며 “초저금리로 인해 늘어난 유동성이 갈 곳은 결국 부동산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그는 “자본시장에서도 주식형 펀드보다 리츠펀드 등 대체투자 관련 상품이 높은 인기를 끌 것”이라고 판단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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